구름, 들꽃, 바람, 하늘..
가을빛이 좋다. 일요일인데도 표충사의 경내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벼운 듯 서두름이 없다.
늦더위와 쌀쌀함의 공존을 완전히 불식시키듯 선선한 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밀양 표충사 산책을 작년과 재작년 두 해에 거쳐 다녀갔다. 그 후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아마도 그렇게 나에게 운이 닿지 않는 사찰일까? 공연히 불필요한 징크스를 가지게 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불리한 그 무엇이라도 부딪혀 무력화시키는 것이 나의 평소 태도이자 마음 가짐이다.
사진 촬영을 가자는 후배의 제의에 망설임도 없이 밀양 표충사로 출사를 가자고 제의한다.
가을 느낌을 기대하며 공기도 시계도 좋은 날 그렇게 카메라의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를 점검하고 출발한다.
표충사 삼층 석탑과 우측 상단의 산바위 그리고
많은 연등을 프레임에 담는다.
사찰의 석탑은 예로부터 탑돌이를 하며 기도하는
신성한 곳이다.
서두름 없이 마음속에 부처님 한분씩 모시고..
유서 깊은 이곳의 승려들 외 많은 신도들의 탑돌이 하는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보며 사진으로 정성껏 담아본다.
절집 문고리만 잡아도 성불한다, 는 말이 있다.
마침 문고리와 그림자 그리고 그림자 하나 더..
그렇게 세 개의 원이 담긴 문고리 사진을 찍어본다.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인상적인 사진을 기대하며.. 찰칵~
동행인이 단청을 멋지게 사진으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마침 오후의 빛이라 약간의 표현이 되어 조금은 볼만한 사진이 되었다.
단청과 담장의 기와 그리고 우측 상단의 풍경 하나까지.. 보통이지만 멋없지는 않은 좋은 사진이 되었다.
밀양 표충사의 양대 거목..
나목일 때의 나무의 기상은 가히 감탄을 자아낸다.
솟아오른 기상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제 나무의 잎새는 가을빛으로 서서히 변모한다.
표충사의 거목..
수많은 세월을 지켜 묵묵히 서있는 저 나무에게서 인고의 배움을 미음에 지니게 한다.
언젠가 아마 한 7~8년 전쯤 당시 피아니스트 이자
지금은 국회의원이 되신 김예지 의원과 천리포 수목원 고규홍 나무 학자의 프로젝트..
오감으로 느끼는 나무..
슈베르트와 나무라는 책과 무대가 문득 생각난다.
이 탱화는 하단의 꽃 그림이 너무 곱게 보였다.
무슨 꽃일까? 백목단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사진 한 장 고개 들어 담아본다.
그위 그림에는 노송 한그루 아래 승려 한분이 앉아 차 한잔 드시며 쉬고 계신다.
참 아름다운 그림이구나 감탄하며 시선이 멈춘다.
서정주의 국화옆에서 라는 시가 생각나는 사진 한 장..
작은 범나비가 한 마리 노란 국화꽃 위에 사뿐히 앉았다.
문득 일본 영화 야국화(들국화)라는 문예춘추라는 저널지의 영화 리뷰도 생각난다.
사찰에 와서 부처님을 친견하지 않을 수 없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불상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아울러 늘 정갈한 마음을 지니도록..
카메라를 곁에 두고 절을 하며 소원을 생각해 본다
문득 경내에서 오르는 계단 앞에 보이는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무언가 뜨거운 불심을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사진 한 장이다.
가을날을 기다리며 찾아간 밀양 표충사를 한참을 머물고 간다.
산으로 떨어지는 해거름이 오늘따라 풍성하고 멋들어지기 그지없다.
동그란 붉은 태양이 그대로 산그리메를 뒤로 하고 지고 있다.
'저 태양이 나에게 작별 키스를 하네'라고 말을 하니 '참으로 예술가적인 표현입니다.'라 한다.
후배와 그렇게 조금은 익살스러운 문답을 하며 아쉬움을 지니는 길목이다.
오늘은 오롯이 나에게 좋은 시간을 할애해 준 그 후배에게 감사하며 잠들어야겠다.
아침바다
구름, 들꽃, 바람,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