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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한 이방인 Jan 31. 2017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이 바로 그때!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유일한 순간들로 채워진 선물 보따리이다. 

만남과 이별, 꿈과 소망, 갈등과 후회 속 희로애락이 남긴 흔적들로 가득 채워져 가는 종합 세트.  

마냥 내일이 있을 것 같지만 저마다의 때를 알 수 없을 뿐, 모두에게 허락된 내일은 시한부가 아니던가.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동일하지만 저마다의 인생이 걸어갈 시간의 길이는 다르다.

사랑하는 이와 동시간대를 살아가지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기약도 없는 내일로 미루며 산다;

설령 노부모님과의 가족사진 한 컷.

가족들과의 추억여행.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또는 수많은 형태의 고백 등...


미루는 이유는 모름직이 지금보다 스스로 더 준비된 때를 기다리기 때문이 아닐까?

내년으로 미루자.

조금 더 벌어서 떠나자.

바쁜 거 마무리되면 연락하지 뭐.

아직 마음에 정리가 필요해...

과연 인생에서 재정적, 심리적, 신체적, 환경적 모든 여건을 충족시키는 "적절한 타이밍"과 나는 몇 번이나 마주칠까?


이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나는 애석하게도 수십 년의 세월을 보냈다.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아온 햇수로 무게가 기운 즈음해서야 내 몫이 된 깨달음;

나는 때를 기다리지만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 

불청객처럼 갑자기 들이닥치는 수많은 타이밍을 놓치며 산다는 것.


깨달으면 무엇하리?

타이밍이 찾아왔는지도 모른 채,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어떤 상황에 대비하며 살기에 급급한 우리네 모습. 하지만 정작 대비했던 그 상황에 직면해 우리는 애쓴 만큼의 결과를 야기할 수 있었던가? 오랜 기간 예비한다고 그 상황을 반드시 극복해 내리라는 보장도 없다. 10년 이상의 긴 준비과정을 거치면서도 수능에 완벽하게 대비된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

임하는 자의 태도에 크게 좌우될 수도 있지만, 맘먹는 대로만 살아지지 않는 게 인생이고, 저마다의 인생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반문해본다.  


물론 드라마 속 설정이었지만 문만 열면 동해 주문진으로, 캐나다 퀘벡으로 신출귀몰한 주인공 "도깨비".

900년 넘는 긴 불멸의 삶에 종지부를 찍고, 로 돌아갈 날만 꼽던 그는 정작 자신을 로 돌아가게 해 줄 유일한 신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만다. 불멸의 삶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줄 유일한 사람, 수많은 이별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아도 될 영원한 죽음을 허락해줄 그 사람으로 인해 간절히 살고 싶다는 감정을 갖기에 이르게 된다. 그는 인간의 생사에까지 간섭할 능력을 가진 존재임에도, 정작 자신 앞에 놓인 변수는 예측치 못한 것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이 예기치 못한 변수 속 수없이 계획과 예상궤도를 이탈하곤 한다.


그렇다. 드라마 속 주인공 도깨비는 예외였지만 그 어떤 생명도 끝이 있기 마련이다.

때를 받아 놓지 않았을 뿐, 언젠가는 맞이할 마지막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삶.

생명의 탄생은 결국 죽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시한부인 우리네 삶은 끊임없이 발달하는 문명과 발맞추어 발전을 멈추지 않는 현대질병, 예기치 못한 사고들로 시시때때로 위협을 받는다. 그렇기에 늑장 부리는 여유를 과하게 허락하다가 중요한 순간들을 놓칠는지도 모른다.


용서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누군가의 용서를 구하고 싶다면,

내 마음 고백하고픈 대상이 있다면,

내 고백을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 그 기회라고 스스로를 다그쳐보자.

내가 준비를 마칠 "그때"까지 상대가 나를 기다려주지 못할 수도 있다.

연장자가 나를 먼저 떠난다는 자연의 법칙도 깨져가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영원히 준비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때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지만 스스로 간절히 바라면 하늘도 외면치 않을 것이다. 

자꾸 머뭇거리며 뒷걸음질 치지 말고, 지금 용기 내 다가서 보자, 바로 지금이 기다리던 타이밍일 수도 있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하다.

용서해줘.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은 고백은 털어놓는 순간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

품고만 있다가는 오랜 후회로 남을 수 있다.

한 번 수그러든 용기를 다시 낸다는 것이 더 어려운 법.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자, 지금까지로도 충분히 미뤄왔으니...


내 수줍은 고백의 대상이,

내 용서를 기다리는 이가,

내 진심을 바라는 이들이

내 바람만큼 영원 무구 나를, 그때를 기다려주지 못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후한 듯 야박한 것이 시간이며, 알 듯 짐작키 어려운 것이 타이밍이다.


굳세게 다물어져 있던 꽃망울이 씨앗을 터뜨리는 순간의 짜릿함처럼  망설임이 내 입술 사이로 진통하듯 세상으로 이끌려 나오는 순간, 그 한 마디로 수년간 묶은 체증이 해소될 것이다.

무안함은 잠깐이다.

그러나 속 후련한 기쁨은 평생 간다.

성급함은 그릇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한 조각의 꾸밈도 장착하지 않은 진솔함은 살짝 서둘러도 진심으로 전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이 아니면 두 번 다시 그 기회를 포착할 수 없을 듯한 간절함으로 실천하자.

그리하여 설사 예기치 못한 생이별이 다가와도 마음에 무거운 짐 다 털고 편하게 그 이별을 맞자.  

꾸준히 살아가면서 준비하자. 실천함이 진정한 준비가 아닐까 싶다.


기억하자,

인간은 나를 인내해줘도,

시간은 나를 인내해주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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