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그리고 셋의 소망
나의 10대는 소녀의 순수한 감성 그대로 즐겼고
20대에는 숱한 삶의 격동에 심신이 많이 아팠다.
30대에 달해선 건조한 삶 속에 앞만 보고 달렸고
불혹의 40대를 맞아 작게나마 평온을 찾는다…
내 나이 마흔 그리고 셋,
남보다 더 이룬 것도,
더 자랑거리로 내세울 것도 없지만
행복지수는 내 손에 쥐어진 것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스스로 만족하기에 따라 감사의 조건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삶이란 내 욕심을 조금씩 버려가며 스스로에게 마법을 거는 것,
적은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게
바로 인생이라고.
가진 것의 양과 정도의 차이가 아닌 내면 속에 반영된, 손에 쥘 수 없는 것들의 참된 가치,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소망해본다.
남의 것과 비교하려고도,
남을 부러워도 말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내가 이룬 것이 내게 무엇을 허락하고 있는지 되새기며,
그로 하여금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을 감사히 여기며,
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이들을 부러워하기보다
더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헤아릴 줄 아는 자세,
그로 인해 내 삶이 더욱 윤택해짐을 깨닫기까지 걸린 사십의 세월...
불혹의 경지에 올라 내가 마주할 모든 순간들이 가장 기쁘고, 감사한 순간들이기를 또한 소망해본다.
10대엔 화려한 백합이 좋았고,
20대엔 매혹적인 카라에 혹했었지.
30대가 되니 은은한 안개꽃에 마음이 빼앗겼다.
스스로의 매력을 어필할 때와는 달리 상대를 빛내주기 위해 소신을 다하는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40대에 접어드니 이름 모를 들꽃들에 눈이 간다,
주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나 저마다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품고 거친 자연의 품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강하고도 순박함에 이끌려...
내 나이 50대에 접어들면 더 작은 것, 더 소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나'일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너른 들판의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귀히 여길 줄 아는 맘 변함없고, 낮은 곳에 더 마음을 깊게 쓸 줄 아는 넉넉한 인성을 지닌 모습으로 변해 있기를…
고마워, 흔들리고,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여기까지 용케 잘 와주어서.
긴 세월 등 돌리고 세상과 타협하며 살았음에도
이 순간까지 늘 함께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무한감사…
남은 40대,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무엇을 허락하실까…
미지의 순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 가득한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 우연히 마주한 마흔셋 되던 해 끄적여 놓은 글,
저물어 가는 2017년을 마감하고,
새로 맞이할 2018년을 기쁨으로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