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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인 Oct 31. 2018

제1장

프롤로그 1

등장 인물:

     

진 보라 ( 여 의사;  30대 중반;  성형외과 전문의.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  주로 아이돌과  유명 스포츠 스타들을 관리하고  치료하는데 자신은 메스컴에 드러나지 않으려 노력하는 성격)

정 시연 (추리소설 작가,  눈썰미가 있고  예민한 편이다.   진보라의 친구, .)

손 동원( 신참 형사. 30대 초반,  날카로운 두뇌와 냉정한 상황 판단 능력을 순진한 미소로 감춰버리는 남성)

     

남 종훈 (30대 후반,  의사.  정신과 전문의.  진보라의 애인.  갑자기 실종된다.)

한유리 (십대 후반 여학생,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추정됨 예쁜 외모와 당돌한 매력의 소유자.)

김강준( 한유리와 같은 학교 남자 고등학생)

노을( 십대 후반 남학생.  J&S기업의 후계자.  공부에는 재능이 없지만  춤과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  조각같은 외모.  완벽한 몸매로 아이돌이 될 자격을 갖추었다.)

박회장 ( 오십대 후반,  J &S의  실질적 경영주.  아들 노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박회장의 아내. ( 오십대 중반  노을의 어머니)




     

     

프롤로그 1

     

파도가 방파제를 때리고 있다.  얼마전  낚싯대를 들고  오르다 발목을 삐끗할 뻔 했던 바로 그 바위 근처인지도 모른다.  그곳 주위에는 바위가 많다.  삐죽 삐죽 거칠게 솟아나온 바위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매년 12월 초에  영진은  이곳으로 가족 여행을  온다.  지금은 열 네 살이 된 딸아이가  아장 아장 걷기 시작할 때 부터였으니  그들의 가족 여행도 십여년을 훌쩍 넘겼다.  영진과 아내, 그리고 딸아이는  매년 그랬듯  같은 민박집에서  방을 잡았다.  십여년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는 방을 한 개만 잡았었고  지금은 방 두 개를 예약했다는 정도다.  십대 딸아이를 그들  부부와 한 방에서 재울 수 없으니 말이다.

     

어제 오신 분들은 통발에  도루묵이랑  피낙지가 그득 그득 올라왔다고 무척 좋아들 하시던걸요.”

민박집 주인은  영진 내외를 방으로 안내하며  싱긋 웃어보였다.   대답 대신 영진은  민박집 마당 가에 새로 올린 건물쪽을 관심있게 바라보았다.

새로 건물 짓는 모양입니다.”

? ... 아무래도  지금 건물이 낡고 좁아서요.  이곳도 관광지로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여름에는 관광객들이 꽤 많아졌어요.”

,  좋네요.  거의 완공 된 모양이네요.”

이번 겨울 지나면  내부 공사 들어가려고요.  여름엔 손님 맞을 수 있을 겁니다.”

주인은 싱글 거리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바다는 겨울 바다가 최고지요.”

주인의 말에  영진은 자신도 모르게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 돌담으로 눈길이 향했다.  노을 지기 시작하는 하늘이 돌담 너머 수평선과 맞닿아 있었다.

아직 오후 네시도 안됐는데  요즘은 해가 짧아서 원...”

주인은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어스름한 어둠이 깊어지고 있었다.  올해도 12월에 접어들었으니  몇 주일이면 끝나겠지.

     

짐가방을 민박집 방안에 던져 놓자 마자 영진은 두꺼운 패딩을 다시 입었다.  아까 쓰고 있던 털모자를  머리에 눌러 쓰고는  딸아이가 생일 선물로 떠준  겨자색 털 목도리를  목에 둘둘 감는다.

어딜 가시게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온 아내는  영진의 옷차림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  바다 구경을 좀 하려고.”

밖이 어두워 질텐데... 내일 보러가지 그래요?”

아내의 말에도 그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운전해서 오는 동안 내내 파도 소리를 듣고 싶어 죽을 뻔 했었거든.  저녁 먹기 전에 잠깐만  둘러 보고 올게.”

바닷가는 바람 많이 불텐데... 따뜻하게 꽁꽁 여미고 갔다 와요.”

. 금방 다녀 올게.”

영진은 양털로 신발 속을 덧대었다는 방한화를 신었다.   저녁 준비하는지  주방에서는 얼큰한 해물탕 냄새가 흘러나왔다.  약간 배가 고프기는 하지만  더 어두워지기 전에 바다 구경을 해야 겠다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허둥거렸다.

     

방파제는  민박집에서 도보로 십여분이면  도착한다.   매년 여행왔을 때 마다 걷던 길은 중간에 카페가 두어개 생긴 것을 빼면  거의 변한 것이 없었다.   어제 내렸던 눈이  길 바닥에 깔린 모래와 섞여  걸음을 걸을 때 마다 얼음 조각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것이나  걸을수록 파도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그리고 바다 냄새가 짙어지는 것도.

     

바다야,  내가 왔다.”

영진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자신의 목소리가  파도 소리에 섞여 울려 퍼지는 것을 듣고 있으니  지난 일 년동안  회사생활로 받았던 스트레스가 모조리 날아가버리는 기분이다.  잰걸음으로 걷는 그의 발길은 아까보다 더 빨라졌다.   민박집에서 시작된 돌담이 끝나고  시멘트 계단이  시작된다.  계단 끝은  방파제로 향하는 작은 길로 이어져 있었다.  그는 계단 끝에 서서 방파제에  부딪혀 거품을 내며 부서지는 파도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저게 뭐지?”

어둠속이었지만  움직이는 것은 눈길을 잡는다.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버려둔 쓰레기 봉지가 아닐까 싶었다.  그는  들고 있던 핸드폰의  라이트를 켜서  방파제쪽을 비춰보았다.  한참을 들여다 본 후에야  그것이  쓰레기 봉지 보다는 사람의 형체에 더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은 물체는 방파제에 높이 쌓인 테트라포드 사이에 엎드려 있었다.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것은 바람에 그의 옷과 몸이 흩날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은 사람일까?’  

영진이 어릴적 살던 바닷가 마을에는  가끔  사고로 익사한 시체가 떠내려 오는 경우가 있다.   해병대 출신인 탓에 조난당한 사람들을 여러명 구조한 경험도 갖고 있다.   

만약 사람이라면 아직 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는 혼잣말로 중얼대며 핸드폰을 플래쉬라이트처럼 이리 저리 비춰보다가  조심스럽게 검은 물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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