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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인 Jan 07. 2019

1월 7일 2019년

월요일이 막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내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음식의 맛도,  향도,  질감도

좋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더라도

심지어  책을 읽어도  그때뿐,

까맣게 잊어버릴 만큼  감동이 없었다.


왜 그런 것인지  알 도리도 없었고  치료 방법도  모를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  애써  참아보기로 했다.

소중한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꿍꿍 앓았다.

그는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에너지로 넘치는 그는  

메마를 만큼 메말라  눈물도 흐르지 않는 내가  '작가'로  살고 있다는 걸

전혀 

전혀 이해하지 못할 테니.


작은 음식,  새로운 경치에  매번 감탄하면서 나를  먼저 리드하는 그가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다시 음식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2018년 12월쯤이다.

그날  우리는 작은 식당에서 점심식사 중이었는데 

문득 이 음식에서는  아련한 슬픔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샤부샤부를  끓여주던 식탁에는 새하얀 김이 떠올라 있었다.

지나간  것들에는  향기 나 슬픔이  배어 있어야 한다는 것,

애써  피해 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직장에 나가지 않은 채  꽤 오래 쉬었고

소중한 사람은 매일 출퇴근하며  힘들었겠구나.

내가 직장에 다니며  잠 못 이루던  밤을 보냈듯

그에게도  직장생활은 버겁도록 스트레스 쌓이는 일일 텐데


그러자 그동안 막혀있던 감정의 통로가 갑자기 열린 듯

모든 회한과 슬픔이 나를 향해 질주해 들어왔다.

난데없이  샤부샤부 국물에  얼굴을 숙이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모든 감정의 시작은 통증이었음을, 

뻐근하고  아련한,  후회와 미련으로 가득한

무거운 그래서 슬픈 통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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