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 월요일 이야기

경찰서에서

by 영인

이혁의 아내가 카페에 출근한 것은 언제나처럼 오전 7시 반이었다. 카페 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면 얼추 오전 여덟 시가 된다. 젊은 남자 경찰이 두 명 찾아온 것은 오전 8시 20분경이었다. 경찰들은 어젯밤에 김이혁 씨가 어디에 있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자고 있었을 거예요. 우리 바깥양반은 저녁 8시에는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거든요.”

이혁의 아내가 대답하자 경찰 중 한 명이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눈 앞에 들이댔다.

“어젯밤에 김이혁 씨가 산 쪽에서 내려오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편의점 CCTV에도 찍혔어요. 이것 좀 보세요. 우비를 입고 연장을 든 이 남자요. 김 이혁 씨가 맞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자세히 봐야겠지만 이 사람 생김새랑 체격이 남편이랑 아주 비슷하기는 하네요.”

대답은 얼버무렸지만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CCTV 안에 있는 남자는 분명히 남편이었다. 구부정한 걸음걸이, 뱃살이 잡히기 시작한 통통한 체형에 들고 있는 것은 삽 한 자루였다. 그녀는 남편이 어제 낮에 그 삽을 사 왔던 것도 알고 있었다.

“어젯밤 잠든 남편을 직접 봤습니까?”

경찰이 묻자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제 그녀는 언제나처럼 밤 열 시에 카페 문을 닫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평소처럼 샤워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은 후 거실에서 내내 티브이를 보다 소파에서 잠든 것이다. 그 시간에 남편은 항상 침대에 누워있었으니 그럴 것이다 생각했을 뿐 침대에 누워 잠든 남편을 본 것도 아니다. 그녀와 함께 23년을 살아온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그에게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고 그 규칙에서 벗어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 남편이 잠잘 시간에 깨어 있었고 심지어 비를 맞으며 삽을 들고 우비를 입고 산에 갔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녀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남편이 경찰서에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김이혁 씨가 스스로 경찰서에 가셨답니다. 신고가 들어왔으니 일단 저희 입장에서는 조사를 해야 하는 거고요, 조사 끝나고 아무 문제가 없으면 집으로 돌아오실 테니 사모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라고 경찰 한 명이 설명했다.

“저기, 제 입으로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요. 제 남편이 좀 모자란 사람이에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돈이 뭔지도 모르고 오로지 가죽공예밖에 할 줄 모르는 걸요. 뭔가 오해가 있는 거라고요. 남편은 누명을 쓴 거예요.”

그녀는 카페 문을 닫고 경찰들을 따라나섰다. 남편이 경찰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이 큰일이 생긴 것 같아서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

경찰서 안은 생각보다 소란스러웠다. 이혁은 롯데 버거에서부터 그를 데리고 온 남자가 가리키는 곳 의자에 앉아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경찰복을 입은 사람보다 입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고 모두 뭔가를 소리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울고 다른 사람은 겁먹은 얼굴로 벌벌 떨고 있었다. 화내는 사람, 웃는 사람도 있다.

“CCTV를 보면 저녁 8시쯤에 한 남자가 아파트 정문에서 나옵니다. 한 손에는 삽을 들고 다른 손에는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있어요. 이거 보세요. 본인 맞으시지요?”

이혁 앞에 마주 앉은 경찰이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다시 확인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 한 시간쯤 후에 산에서 내려오는 김 이혁 씨가 여기서 나타납니다. 맞죠?”

경찰은 이혁에게 확인하듯 물어보고 이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말을 이었다.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서 손에 들고 있던 것 말입니다. 그게 지금은 없습니다. 삽에도 흙이 잔뜩 묻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산에 올라가서 묻었던 것 같습니다. 맞지요?”

“네.”

“그런데 밤 12시쯤 되니 이혁 씨가 또 나타났습니다. 삽을 들고 산으로 올라갑니다.”

“네, 저 맞습니다.”

“새벽 한 시가 넘어서 다시 내려옵니다. 손에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말이죠.”

“네. 맞습니다.”

순순히 대답한 이혁은 CCTV 안에 등장한 자신이 신기한 듯 잠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손에 든 거 뭡니까? 삽 들고 비 오는 한 밤중에 산에 간 이유는요?”

잘 드는 칼로 생선살을 저미듯 경찰은 조금의 틈을 주지 않고 다시 물었다. 이혁은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눈치였다. 대신

“설명해도 이해를 못하실 텐데요.”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손에 든 검은 비닐봉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 비 오는 한 밤중에 산에 묻었다가 다시 파오고 했던 이유가 뭔지 설명만 하면 됩니다. 이해를 하고 말고는 우리가 결정할 테니까요. 지금 김 이혁 씨에게는 선택지가 없어요. 솔직히 다 털어놓으면 됩니다.”

경찰의 설득에도 그는 오래 입을 떼지 못했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하는 눈치다.

“크기도 그렇고 생김새도 꼭 사람 머리통처럼 보입니다만.”

“아, 아닙니다. 사람 머리통이라니 그럴 리가요.”

“그럼 뭡니까?”

“가방입니다. 가죽 가방요.”

이혁은 까칠해진 입술을 축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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