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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인 Nov 17. 2019

1 주 월요일 이야기

경찰서에서

이혁의 아내가 카페에 출근한 것은 언제나처럼 오전 7시 반이었다.  카페 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면  얼추 오전 여덟 시가 된다.  젊은 남자 경찰이 두 명 찾아온 것은 오전 8시 20분경이었다.  경찰들은  어젯밤에  김이혁 씨가 어디에 있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자고 있었을 거예요.  우리 바깥양반은 저녁 8시에는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거든요.”

이혁의 아내가 대답하자 경찰 중 한 명이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눈 앞에 들이댔다.

“어젯밤에 김이혁 씨가  산 쪽에서 내려오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편의점 CCTV에도 찍혔어요.  이것 좀 보세요.  우비를 입고  연장을 든 이 남자요.  김 이혁 씨가 맞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자세히 봐야겠지만 이 사람 생김새랑 체격이 남편이랑 아주 비슷하기는 하네요.”

대답은 얼버무렸지만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CCTV 안에 있는 남자는  분명히 남편이었다.  구부정한 걸음걸이, 뱃살이 잡히기 시작한 통통한 체형에 들고 있는 것은 삽 한 자루였다.  그녀는 남편이  어제 낮에 그 삽을 사 왔던 것도 알고 있었다.  

“어젯밤  잠든 남편을 직접 봤습니까?”

경찰이 묻자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제 그녀는  언제나처럼  밤 열 시에 카페 문을 닫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평소처럼  샤워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은 후 거실에서 내내 티브이를 보다 소파에서 잠든 것이다.  그 시간에  남편은 항상 침대에 누워있었으니 그럴 것이다 생각했을 뿐  침대에 누워 잠든 남편을  본 것도 아니다.  그녀와 함께 23년을 살아온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그에게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고  그 규칙에서 벗어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  남편이 잠잘 시간에 깨어 있었고  심지어 비를 맞으며 삽을 들고  우비를 입고 산에 갔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녀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남편이 경찰서에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김이혁 씨가 스스로 경찰서에 가셨답니다.  신고가 들어왔으니 일단 저희 입장에서는 조사를 해야 하는 거고요,  조사 끝나고 아무 문제가 없으면 집으로 돌아오실 테니 사모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라고 경찰 한 명이 설명했다.  

“저기, 제 입으로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요.  제 남편이 좀 모자란 사람이에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돈이 뭔지도 모르고 오로지 가죽공예밖에 할 줄 모르는 걸요.  뭔가 오해가 있는 거라고요.  남편은 누명을 쓴 거예요.”

그녀는  카페 문을 닫고  경찰들을 따라나섰다.  남편이 경찰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이 큰일이 생긴 것 같아서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        

경찰서 안은 생각보다 소란스러웠다.  이혁은 롯데 버거에서부터  그를 데리고 온 남자가 가리키는 곳 의자에 앉아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경찰복을 입은 사람보다 입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고  모두 뭔가를 소리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울고 다른 사람은 겁먹은 얼굴로 벌벌 떨고 있었다.  화내는 사람,  웃는 사람도 있다.  

“CCTV를 보면 저녁 8시쯤에  한 남자가 아파트 정문에서 나옵니다.  한 손에는 삽을 들고 다른 손에는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있어요.  이거 보세요.  본인 맞으시지요?”

이혁 앞에 마주 앉은 경찰이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다시 확인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 한 시간쯤 후에 산에서 내려오는 김 이혁 씨가 여기서 나타납니다.  맞죠?”

경찰은 이혁에게 확인하듯 물어보고 이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말을 이었다.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서 손에 들고 있던 것 말입니다.  그게 지금은 없습니다.  삽에도 흙이 잔뜩 묻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산에 올라가서 묻었던 것 같습니다.  맞지요?”

“네.”

“그런데  밤 12시쯤 되니 이혁 씨가 또 나타났습니다.  삽을 들고 산으로 올라갑니다.”

“네, 저 맞습니다.”

“새벽 한 시가 넘어서 다시 내려옵니다.  손에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말이죠.”

“네.  맞습니다.”

순순히 대답한 이혁은 CCTV 안에 등장한 자신이 신기한 듯 잠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손에 든 거 뭡니까?  삽 들고 비 오는 한 밤중에 산에 간 이유는요?”

잘 드는 칼로 생선살을 저미듯  경찰은 조금의 틈을 주지 않고 다시 물었다. 이혁은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눈치였다.  대신

“설명해도 이해를 못하실 텐데요.”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손에 든 검은 비닐봉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  비 오는 한 밤중에 산에 묻었다가 다시 파오고 했던 이유가 뭔지 설명만 하면 됩니다.  이해를 하고 말고는 우리가 결정할 테니까요.  지금 김 이혁 씨에게는  선택지가 없어요.  솔직히 다 털어놓으면 됩니다.”

경찰의 설득에도 그는 오래 입을 떼지 못했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하는 눈치다.  

“크기도 그렇고 생김새도 꼭 사람 머리통처럼 보입니다만.”

“아, 아닙니다.  사람 머리통이라니 그럴 리가요.”

“그럼 뭡니까?”

“가방입니다.  가죽 가방요.”

이혁은  까칠해진 입술을 축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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