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공언하셨다. 어릴 때 집에서 강아지를 키웠을 때도 사료 챙겨주시고 목욕시키고 배변 훈련시켜주셨던 게 엄마셨는데,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하신다니 내가 더 놀랐다. 내내 혼자 지내던 나와 두 분만 사시던 부모님께서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잠시 함께 지내게 되었다. '잠시'라지만 얼추 두어 달은 될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며 마루가 미움받을까 봐서 걱정이 되었다.
"강아지는 배변 훈련을 제대로 시켜 줘야 돼."
마루를 처음 보신 엄마의 첫마디였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예쁘네 를 덧붙이시며.
"배변 패드에 잘해요."
나는 얼른 마루를 위해 변호에 나섰다. 사실은 배변 패드에 못 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실수할 때도 있지만......... 큰일이네요.라는 말을 삼키고 몰래 한숨을 쉬면서.
함께 지내기 시작한 첫날. 엄마는 살림의 고수답게 집을 한 번 점검하셨다.
"배변 패드 위치가 안 좋은데."
하신다.
"어디, 마땅히 놓을 데가 없어서요."
내 말에 엄마는
"화장실에서 일 보도록 교육시켜 보자."
하신다. 그렇게 힘든 일을 우리 마루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 나는 부모님이 아직도 어렵다. 아버지도 한 카리스마 하시는 데다가 엄마도 카리스마로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두 분이 큰 소리를 내지 않으셔도 나는 꼼짝 못 한다. 남들 다 하는 말대꾸도 변변히 못해보고 사춘기를 보냈고 지금도 부모님께는 싫어요, 안돼요. 를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싫다는 말을 톡톡 해내는 동생이 부러울 때도 있다.
어쨌거나 엄마식 배변 훈련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마루의 배변 패드가 있던 곳을 깨끗이 치우시더니 작은 테이블을 그 자리에 옮겨 두셨다. 마루가 쓰던 배변 패드는 화장실에 옮겨 두셨다. 마루는 처음 며칠 예전에 배변 패드 있던 곳을 맴돌았지만 테이블에 막혀 소변을 못 보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몇 번은 실수를 하기도 했고 화장실에 들어가도 배변 패드는 본체만 체 하며 지냈다. 예전 배변 패드 있던 곳에 마루가 실수를 하면 엄마는 그곳을 깨끗이 치우셨다. 락스를 물에 약하게 희석해서 바닥을 닦아내고 마루가 눈 오줌을 물티슈에 묻혀 화장실에 놓인 배변 패드에 올려두었다. 마루가 화장실 근처에서 얼쩡 대기만 해도 칭찬하셨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마루는 화장실에 놓인 배변 패드에서 쉬를 했다. 처음으로 화장실에서 배변 패드에서 쉬를 한 날은 간식도 주셨다. 그날 이후로 마루는 화장실에 들어가 노는 횟수가 늘었다. 소변도 화장실에서 놀다가 배변 패드에 누는 습관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주일이 지났다.
요즘은 모든 배변을 화장실 배변 패드에서 해결한다. 급하면 막 화장실로 달려가 해결하고 나온다. 엄마의 칭찬을 받으면 꼬리를 치고 으쓱댄다. 나 잘했지? 하듯 깡총 댄다.
"얘, 이렇게 영리한 강아지는 처음 본다."
마침내 엄마의 칭찬을 받았다. 마루가 받는 칭찬인데도 내 어깨가 으쓱한다. 셰퍼드나 레트리버종만 키우셨던 아버지도
"쬐끄만 녀석이, 영리한데."
하신다. 나는
"키우는 강아지는 주인 닮아간대요. 저를 닮아서 영리해진 거죠."
하고 큰소리를 친다.
아침에 마루가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침실에서 화장실로 달려가 일을 보는 것. 꼭 그곳에서 배변하는 덕분에 집안을 더럽히지 않아 고맙다.
"내가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마루는 좋아해."
엄마는 화장실 다녀온 마루를 안아주시며 칭찬하신다. 그런 엄마에게 잠시 안겨 있던 마루는 금세 내 곁으로 달려와 책상 옆 쿠션에 누워있다. 까만 눈을 깜박이며 아련한 표정을 짓는다.
"무슨 생각을 할까요? 마루는."
내 말에 엄마께서는
"화장실에서 일 보니까 좋네. 하고 생각하겠지."
하신다. 아버지는
"저 사람들은 누굴까? 화장실 좀 갔다고 저렇게 칭찬해 주다니 참! 별일이로군. 할걸"
하신다.
내 눈에는 마루가 그 검은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이 떠나온 우주 한 구석을 추억할 것만 같다. 그곳에서는 모든 강아지들이 화장실에 가서 배변을 하고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인간과 대화하며 즐겁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