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찐자가 된 마루

2020년 10월 1일 추석날

by 영인

추석이라 동생과 조카가 놀러 왔다. 한참 정들었던 마루 보러 온다며 들떠 있었는데 마루를 보자마자

"어마나...... "

한다. 마루가 통통해진 것이다.


얼마 전 마루가 아팠었다. 감기로 재채기를 하고 영 아무것도 못 먹고 토하고 비실비실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 캔으로 된 사료를 주고 영양제도 먹였다. 영양제 먹인 후 마루는 먹을 것을 좋아하게 된 눈치였다. 중성화 수술하면 식탐이 는다는데 아마 그런 이유도 있을 거라 짐작했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핑계로 산책도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나간다. 마루는 눈에 띄게 통통해졌다. 몰티즈가 체중이 늘면 곤란하다기에 사료만 딱 주었는데 어느 날부터 마루는 사료에 입도 안 대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안 먹는데도 살이 계속 올랐다. 무슨 병이 있나 싶어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너무 건강하네요. 걱정 마세요. 간식 주지 마시고 사료 양만 조절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하신다.


추석 하루 전날이었다. 책 읽고 있던 내 곁으로 다가온 마루가 으적으적 아삭아삭 와그작와그작 맛있게 뭔가를 먹는다. 사료는 손도 안 댔는데 뭘 먹고 있나 싶어서 놀란 내가 마루 입 안을 검사했다. 입 안에 뭔가를 물고 있던 마루는 내게 뺏길까 봐 그러는지 입을 꼭 다물고 버틴다. 지피는 게 있어서 마루가 항상 뭔가를 숨겨두는 방석을 들여다보았다. '*** 과자'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일주일쯤 전에 한 봉지 사 와서 과자 봉지를 열고 한 두 개 먹었는데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과자 봉지가 없어진 일이 있었다. 그때는

'어디에 뒀더라?' 하고 깜박 잊었는데 마루가 가져가 숨겨두고 매일 먹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사료도 안 먹고 살은 찌고, 대신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던 것이다.


"야! 너 언제부터 이랬어?"

나는 마루에게 큰소리로 야단치며 과자를 따로 모았다. 봉지 반은 이미 먹은 듯하다. 모아둔 과자를 쓰레기봉투에 담으니까 쓰레기봉투 주위를 배회하며 아쉬워한다. 날렵하고 귀여웠던 마루가 퉁퉁해진 것이 내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바닥에서 침대 위로, 소파 위로 붕붕 날던 녀석이 이젠 몸이 무거워 침대 위로 뛰어오르지 못한다. 대신 안아달라 칭얼대고 누워있으려고만 한다. 마루를 안고 책상 앞에 앉아 강아지 다이어트 법을 검색한다. 사료 양을 줄이고 간식을 끊고 산책을 자주 시키라는 말을 찾아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루는 까만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지금도 먹을 것을 갈구한다. 내 곁에 누워서도 눈길은 간식 바구니에 고정되어 있다.



마루야, 사람이 먹는 과자 대신 내가 주는 사랑을 먹어보자. 다이어트하고 충분한 운동으로 예전 몸매를 회복시켜 줄게. 미안해. 그렇지만 우리 다시 시작해 보자. 더 늦기 전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