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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떨기 Apr 06. 2022

14. 일기떨기

한 달 여의 걸쳐 두 번의 이사를 하고 있다.



 한 달 여의 걸쳐 두 번의 이사를 하고 있다. 하나는 작업실 이사이고, 다른 하나는 자췻집 이사이다. 2년간의 연남동 작업실 생활을 마무리하던 날, 모든 짐이 다 빠진 작업실에는 작업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샀던 50만 원 대의 원목 식탁 하나만 남아있었다. 너무 크고 무거워 가져 갈 수도 없는 원목 식탁을 헐값에 당근에 내놓으며, 2년간 나와 함께 작업실 생활을 했던 언니와 “다시는 이런 무겁고 큰 가구를 사지 말자”라고 말했다. 웃으며 말하고, 빨리 누군가 사가기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몇 번이고 그 원목 식탁을 닦았다. 누군가 이 가구를 하찮게 볼까 봐, 그게 조금 걱정되었던 것 같다. 골칫거리라 생각했지만 사실 그 원목 식탁은 우리가 함께 처음 거금을 들여 샀던, 글을 쓸 때 책상이 흔들리지 않아야 되니 작업 책상만큼은 때깔 좋은 걸로 사자고 했던, 그러니까 앞으로 2년간 우리의 작가 생활을 함께 해줄 세 번째 동료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가지고 가고 싶어 다방면으로 방법을 강구했지만 결국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그렇게 다정한 부부에게 원목 식탁이 팔렸다. 가구를 보러 온 부부는 “작업실로 쓰셨나 봐요.”라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이 식탁 덕분에 잘 되어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니 당신들도 무슨 일을 하든 이 식탁의 기운을 받아 잘 될 거라고. 


 작업실을 나오던 날, 우리는 바로 앞에 있던 인생 네 컷 부스에서 사진을 찍고 그 뒷면에 서로에게 편지를 썼다.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이. 2년 동안 우리가 글을 포기하지 않았음에,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큰 버팀 몫이 되었음에, 그리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내용이었고, 우리는 2년 동안 지겹게 걷던 길을 마지막으로 또 지겹게 걸으며,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대화 주제 


■ 이사를 했던 경험이 있나요?

- 참고로 저는 이사를 굉장히 자주 다녔어요. 이사와 전학, 학생 시절의 경험을 듣고 싶어요.

- 자췻집의 경험도 듣고 싶어요.

■ 살았던 곳들 중 가장 기억 남는 곳이 있나요?

■ 나에게 다짐이 되었던 이사, 혹은 새로운 거처(이곳에서 새로 시작한다!)가 있나요?

■ 집이, 공간이 우리에게 왜 이렇게 중요한지. 우리에게 공간이란, 여성에게 공간이란,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 공간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https://podbbang.page.link/N3KgWN9A42RCnsLw6


일기떨기 02. 선란

『무너진 다리』 『어떤 물질의 사랑』『천 개의 파랑』『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나인』을 썼습니다.

  환경파괴, 동물멸종,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SF소설을 씁니다.

  일기떨기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llki_ddeol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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