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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떨기 Jan 31. 2023

32. 일기떨기

최근엔 농담처럼, ‘너 좀 변했다?’ 라는 말을 듣기도 했네요.



22년 여름, 100일 후의 나에게 쓴 편지    

 

100일 후에도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니? 그게 너를 바꾸지는 못해도 여전히 지지하는 무엇이기를 바라.     

그런데 사실, 100일 후에는 내가 잠시,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루틴은 잠시 접어두고, 루틴 너머의 나에게 너그러워지고 싶은 마음. 내가 좋아하는 겨울이 다가올 그때에는 익숙한 나에게서 잠시 벗어났으면 좋겠어.     

이 편지를 받았을 때에는, 여행계획에 들떠 있기를. 사소한 강박에서 벗어나 조금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내가 되어 있기를. (아니, 그렇게 ‘되는’ 건 무리고, 그냥 그런 순간도 좀 느낄 수 있기를.)     

그러고 보니 100일 후엔, 소설을 발표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겠구나. 너의 느슨하고 끈질긴 창작이 너를 구하기를. 소설 쓰는 반복이, 내 일상의 ‘단정함’으로 자리 잡기를.     

그럼, 앞으로의 100일 동안도 수고해줘!     

***     


Q. 편지보다 긴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이 편지는 작년 여름, 사적인서점에서 열린 전시를 관람하며 참여했던 프로젝트예요. <나의 사적인 루틴>이라는 이름 하에, 자기만의 일상을 탄탄하게 가꾸고 기록한 작가님들의 저서와 일상을 전시한 프로그램이었는데요. 그때 100일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고, 100일이 지나 돌려 받았어요. 11월이 저물어갈 즈음 받은 편지에는 아무런 응답도 할 수 없을 만큼 모호한 시기였는데, 한 해가 완전히 저물고 다시 읽은 편지에는 놀랍게도 하나하나 응답할 수 있는 제가 되었더라고요.     

그 사이에 저는 긴 여행을 앞두게 되었고, 누군가로부터 저의 지난 소설을 기억하고 있단 연락을 받았어요. 여전히 빠듯한 일상을 헤치우기 여념이 없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에 느슨하고 유연해진 문이 열린 기분입니다.     

이 편지를 제 일기장에 끼워놓을 수도 있었지만, 제게 생긴 작고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일기떨기 친구들과 좀 더 가까이 나누고 싶었어요. 그러고 보니 최근엔 농담처럼, ‘너 좀 변했다?’ 라는 말을 듣기도 했네요. 저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100일 후의 우리 각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이곳에 남겨두면 어떨까요?     

100일,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 이 방송을 다시 들었을 때- 우리가 어떤 응답을 하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요!




대화 주제     

 저의 경험처럼,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본 적이 있나요?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새해 루틴이 있나요?

 최근에 읽고 쓰는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과 머리에 저장해둔 문장이나 단어가 있나요? (저는 작사 숙제를 하면서 ‘여백’이라는 단어를 노랫말에 붙이고 왠지 기분이 좋아졌어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https://podbbang.page.link/N3KgWN9A42RCnsLw6


일기떨기 01. 혜은

『아무튼, 아이돌』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을 썼습니다.

  망원동 '작업책방 씀'에서 다음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일기떨기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llki_ddeol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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