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요즘엄마 -18개월부터 학습지를 푼 엄마가 쓰는 고백
나는 조기교육을 하지 않는 부모다.
나를 소개하자면 18개월부터 학습지를 시작해 7살까지 몇 년치 학교 과정을 선행하기도 했었고,
흔히 이야기하는 좋은 성적에 좋은 대학까지 갔으니 성공사례라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나를 온전히 사랑하기가 힘들다.
성과주의와 완벽주의라는 그림자에 시달리고 있고,
여전히 무언가를 해내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면 불안감을 느낀다.
이 불안감이 오롯이 조기교육으로부터 온 것은 아니겠지만,
뇌과학이나 육아서에서 제시하는 조기교육의 단점을 경험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나의 불안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발도르프 어린이집에 다니며 최대한 학습은 미루고 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아이이지만 늦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가 되면 배울 테니.
최근 동네 언니로부터 첫째 아이와 동갑인 한 친구를 소개받았다.
'너랑 그렇게 잘 맞을 것 같진 않지만...'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 아이의 '대단함'을 전해 들었다.
5살임에도 이미 글을 이해하고 편지를 쓰는 수준이며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아이라고.
그냥 잘 놀고 있는 우리 첫째 아이를 떠올리며 불안감보다는 '와 그렇구나~'하는 신기함을 느꼈다.
우연히 놀이터에서 마주한 그 아이.
"이모, 이모는 이거 알아요? 그것도 몰라요? 나는 아는데."
"엄마 나 지금 그네 타고 싶다니까! 언니 비키라고 해."
아이의 그 모든 언행에 '오구오구 똑똑한 내 새끼'하는 그 아이의 엄마를 보니 헛웃음이 났다.
그리고 그 아이를 보며 자만으로 가득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썩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지는 못했던 나이지만
우리 집이 차려입고 외식을 나가는 날이 있었다.
내가 상을 타거나 좋은 성적표를 들고 왔을 때.
그것을 깨달은 초등학생 시절에는 어떤 대회든 다 나갔고,
임명장이든 상장이든 표창장이든 자격증이든 수료증이든 장학증이든 뭐든 받으려고 애썼다.
글짓기, 그림, 서예, 한자, 영어, 토론, 창의성, 검색, 무역, 독창, 합창 등등...
그런 패턴의 반복은 나에게 인정이 없으면 마음이 불안한 어른으로 자라게 했다.
조기교육의 폐해 중 하나는 부모-아이 관계와 그 관계에서 오는 삶의 가치 형성이다.
어른인 이상 투자를 했기에 아웃풋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욕심이다.
아무리 부정할래도 아이의 잘하는 모습에 더 열광하고 애정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모가 그런 평가자의 입장이 되어버리면
"잘해야 사랑받는다."라는 메시지를 아이는 받게 된다.
이러면 집안일 좀 안 했다고 밥 맛있게 먹는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는 어른으로 자란다.
내리막길에서 동생과 함께 킥보드를 타며 달리던 첫째 아이가 나에게 질문했다.
"엄마 무거운 것이 내리막길에서 더 빨리 가지? 동생 킥보드가 무거우니까 더 빨리 내려가."
과학적으로 맞고 틀리든 상관없었다.
아이의 관찰 그리고 직접 몸으로 느낄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를 보며 괜스레 뿌듯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이미 다 안다며 교과서를 보고 지루해하는 아이보다는
책을 보고 '어? 내 생각이 틀렸었네? 왜 그런 거지?' 하며 흥미로워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엄마표 영어가 유행이다.
그런데 서점에서 수많은 엄마표 영어책을 읽다 보면,
영어 발음에 자신이 없는, 영어에 자신이 없는, 영어 무베이스인 엄마들이
오히려 엄마표 영어를 잘한다는 말들이 공통적으로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동기를 심어주기 위한 말이라고만 믿었지만
조기교육을 안 하기로 결심한 이후,
왜 영어를 못하는 엄마의 아이들이 더 영어를 잘하는지 깨달았다.
영어를 가르쳐준 적도 없는 아이가 어디서 영어 단어를 배워와 말한다.
엄마는 감탄한다.
"우와 00은 그런 것도 알아?"
분명히 어제 영어 유치원에서 배운 단어인데 아이가 모른다고 말한다.
엄마는 조바심이 난다.
"00아, 이거 어제 유치원에서 한 거잖아."
어떤 말을 들은 아이가 더 신이 나서 영어를 배울지는 자명하다.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별도 사교육을 하지 않는 발도르프 어린이집이다 보니
A만 읽을 줄 알아도 영재취급이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첫째가 그랬다.
"내 친구들은 영어 잘해. 나도 잘하고 싶어."
이 친구들도 영어를 따로 배운 친구들은 아닐 텐데 내 생각이 잘못 됐던 걸까 의심이 들었다.
"응? 친구들이 뭐라고 했는데?"
"헬로~"
'헬로' 단 한 마디로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동기가 생긴다.
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길 바란다.
지금 진심으로 필요한 교육이 한글 쓰기라거나 영어단어 외우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이 얼마나 재미난 곳이고 흥미로운 곳인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때이니
보다 이 시기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을 너무 서두르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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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 그림 그리는 일이 즐거운 자기계발 중독 엄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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