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스러운 부모가 필요한 이유
부모가 되기 전,
나는 아이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감히 상상해보지 않았다.
아이의 전 인생에 걸쳐 큰 영향을 줄 사람이 된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렸던 나이 탓을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부모로서의 삶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부모의 삶을 겪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리 상상한다 해도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부모의 삶이라는 것.
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겪기 전까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마냥 가볍게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 나와 너, 나와 자연의 경계가 불분명한 아이에게는
세상을 달리 보는 눈이 있다.
어른들에게는 당연하지만 아이에게는 당연하지 않고,
책장을 너무 빠르게 넘기다 지나친 아름다운 글을 발견하듯
아이들은 순간을 잘 포착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이 새로운 세계를 하나도 빠짐없이 빨아들이고 있으니까.
마리아 몬테소리가 제창하듯 아이들은 "흡수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는 어른스러운 어른, 부모가 필요하다.
아직 엄마가 아니던 시절,
엄마가 된 회사 선배를 밖에서 만난 적이 있다.
세상 겁이 많았던 나의 선배는 벌레를 손에 올리고 아이와 함께 관찰하고 있었다.
"미소핀씨 그거 알아요? 엄마가 벌레를 무서워하면 아이도 무서워한대요."
예전 같았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뛰쳐나갔을 선배가
아이 같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보며
감탄을 지나 경이감까지 느꼈다.
그리고 머릿속에 내가 싫어하는 여러 채소와 존재들을 떠올리며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떠올렸다.
아직 연필은 쥐는 것이 아니라 입에 무는 것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선을 휘갈기는 것일 때인 첫째는
나의 연필 쥐는 법을 따라 쥐기 시작했다.
손의 힘이 약할 때부터 서예를 시작했던 나는 연필을
'쌍구법*'으로 쥐기 시작했고 끝내 고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 쌍구법 : 붓을 엄지로 받치고 검지, 중지로 함께 쥔다. 흔한 붓을 잡는 방법 중 하나.
이런 방식이 단점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작은 습관마저 아이가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을 보니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는 옛말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000!"하고 날카롭게 지르는 목소리에서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무너졌다.
첫째 아이를 부드럽게 불러 그렇게 소리 지르며 사람을 부르면 안 된다고 일렀지만,
사실 그 말은 나 스스로에게 이르는 말이었다.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를 대하는 여러 말에서 나 자신이 보였다.
때로는 강압적이고 차갑게만 들리는 그 말소리에서 상처받는 것은 나였다.
나를 비춘 거울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첫째 아이가 아닌 나의 말공부가 필요했다.
우리의 뇌는, 아니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신경회로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배운 것을 바탕으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프로그래밍을 해둔다.
'이건 사과야.'부터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 안 되는구나. 그럴 땐 사과를 해야 해.'같은 어려운 문제까지
수많은 경험으로부터 적절한 답을 찾기 위해 과거 입력되어 있던 회로를 참고한다.
우리의 뇌는, '나'라는 존재는 이런 수많은 회로들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이 회로가 처음 만들어지는 때가 바로 생애 초기 3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엄마라는 주양육자는 아이의 첫 회로를 만드는 사람이다.
눈 내린 하얀 벌판에 첫 길을 만드는 사람이 엄마다.
이 삶이 살 맛이 나는 세상인지,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인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엄마다.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부모의 책임이 크게만 느껴진다.
부모 역할이라는 것이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한 번 붓질을 되돌릴 수 없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잘못 그어진 연필 선을 다시 제대로 긋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성과 힘이 필요로 한다.
어렵게 느껴지지만 당연하게도 우리는 이를 다시 그을 힘을 가지고 있으며,
말랑한 아이의 볼살처럼 말랑한 아이의 뇌는 더 부드럽게 새로운 학습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엄마라는 어른은 아이라는 거울을 보며 알아채고 고쳐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감사하게도 나와 아이는 서로 사랑하기에 실수를 보듬어 줄 수 있다.
육아는 나를 키우는 장이다.
육아는 심판의 장이 아니다.
하나님이, 자연이 그렇게 어려운 미션을 우리에게 주었을 리 없다.
자라나는 아이의 에너지를 받아 함께 자라나는 그런 시기이다.
나는 다짐한다.
아이에게 건강하고 바른 프로그래밍을 물려주기를,
나의 실수로 아이를 너무 아프게 하지 않기를,
그리고 나와 아이의 프로그래밍을 함께 건강하게 바꾸어 나가기를.
매주 일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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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 그림 그리는 일이 즐거운 자기계발 중독 엄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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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제안은 jennifer711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