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20분경 식사시간.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때다. 허기 진 배를 채우려 배식받은 식판을 들고 식당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식후 건물 밖으로 나가 찾아보려 했던 보름달이 창문 너머 동남쪽 하늘에 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잘 볼 수 있는 자리에서 기다리기도 한 듯 너무도 선명한 슈퍼문이었다. 지난 7월 13일의 풍경이다.
밥을 먹으며 내내 달을 쳐다보았다. 크고 밝았다. 가끔 삼베 같은 흰구름이 지나가긴 했지만 운치를 더해줄 뿐이었다. 창의 유리도 달빛을 누그러뜨리진 못했다. 뜻밖의 자리 행운을 얻은 지라 최대한 긴 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밥 한 술 뜨고서 달을 보곤 했고, 커피도 사와 그 자리에서 마셨다.
달은 지구를 공전하는데 지구가 중앙에 있고 달이 태양과 반대쪽 언저리에 위치할 때 보름달이 된다. 그러니까 달은 태양빛을 반사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태양과 가장 먼 위치에 있을 때 자신의 존재를 최대로 부각할 수 있다. 이번 보름달(특히 14일 새벽)은 달이 올해 지구와 가장 근접했을 때의 보름달이라 관심 있는 이들이 고대하던 보름달이다. 가장 작았던 올해 1월의 보름달보다 12퍼센트 더 커 보인다고 했다.
매달 달의 크기가 달라 보이는 것은 달이 지구를 타원으로 공전하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와 가까울 때와 멀 때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원에 가까운 타원이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달의 크기와 밝기에 영향을 줄 정도는 되는 것이다. 지구도 기울어진 채 원에 가까운 타원 궤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그 결과 태양의 겉보기 크기도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원의 중심점은 한 곳이지만 타원의 중심점(‘초점’이라고 한다)은 두 곳이다. 두 초점 사이가 멀수록 럭비공과 계란 같은 길쭉한 타원이 되고 두 초점 사이가 가까울수록 원에 가까워지며, 이 두 초점이 일치하면 원이 된다.
이때 이런 사실을 사람에다 접목해 보았다. 흔히들 우리는 두 가지 마음을 지니곤 한다. 이렇게도 하고 싶고 저렇게도 하고 싶다. 본심대로 하다가도 사심이 들기도 한다. 타인들에게 공평하게 대우하다가도 한두 사람을 편애하기도 한다. 이성과 상식을 유지하다가도 다양한 충동에 넘어가고 심지어 그걸 합리화하기도 한다. 선한 마음도 있고 악한 마음도 있다. 이렇게 이 두 가지 마음이 충돌을 일으킬 때가 많아 사람의 마음은 타원형이다.
이 두 가지 마음에 각각 초점이 있을 것이다. 만약 두 초점 사이가 가까워진다면 ‘원만해지는’ 것이다. 모가 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사람이 된다. 정중동이 있으면서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두 초점 사이가 멀지 않은 타원형이면서 이 두 초점이 겸비돼 있어서 좋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남자든 여자든 각각 남성성(아니무스), 여성성(아니마)이 존재한다. 특히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면 네 가지 본성이 활발히 교류한다고 표현한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면 우리 마음은 풍요로워진다.
심장 모양을 한 하트형은 어찌 보면 변형된 타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위쪽에 두 개의 둥근 모서리가 있고 아래쪽은 널찍한, 율동적인 각운을 지닌 원형이다. 심장은 피를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원형의 활동을 24시간 내내 한다. 사람의 심리 상태와 움직임에 따라 박동 수가 커지고 작아짐이 반복된다. 그렇게 사람의 생명을 지켜준다. 두 초점 사이가 가까운 원형의 존재.
우리는 쳇바퀴처럼 원을 그리며 일상을 산다. 그런데 원형의 일일계획표에 따라 살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면 우리 일상은 가장자리가 울퉁불퉁 모가 난 원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은 타원을 그리고 싶어 아우성이다. 타원은 찌그러진 원이다.
그런데 달과 지구의 공전 궤도가 타원이라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도 두 가지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서, 타원의 결과물처럼 다양성을 겪고 굴곡을 만들어가며 하루에 한 번씩 원을 그리며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타원의 두 초점이 일치하는 원은 신(神)만의 영역일 것이다.
‘완벽하게’보다는 ‘대체로’가 더 나음을, 숨 쉴 여분의 공간이 더 있어 마음이 가뿐한 것임을 달이 만월의 형태로 지구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날을 계기로 생각하게 된다. 달의 이면이 알려준, 타원에 대한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