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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아.

아리스토텔레스도 천동설을 주장했다.

by brwitter

살아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간, 내가 믿고 있거나 혹은 주장하고 있던 내용이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상당히 객관적인 사실이라면 금방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잘못을 고치는 데 그리 큰 수고가 들지는 않을 것이다. 명확한 증거들로 이미 입증된 사실에 대해 내가 왈가 왈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몇 번의 교차 검증의 과정을 거치기는 하겠지만 시간 문제일 뿐, 큰 거부감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그간의 나를 일궈오던 나만의 주관적인 행동과 생각들이 혹시 조금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할 때 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고 있던 기저부터 흔들린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고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실, 이것은 꽤나 오래전부터 고심하던 것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렇다. 나도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다. 절대 그럴 리 없는 일이고, 그런 생각 자체는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 이라는 것을. 하지만,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나는 또 무의식적으로 지금 내가 고쳐야 할 그 잘못된 사고 방식을 자연스레 드러내곤 한다.


계기는 어쩌면 영화 '쇼생크 탈출'를 감명깊게 봤던 탓 일 수도 있고, 혹은 숱하게 해 왔던 '싱글 플레이 게임들'일 수도 있지만 정확히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애초에 처음부터 나는 그렇게 만들어 졌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건 너무 무책임하지. 다행히도 이제는 어느 정도 사회를 경험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그들의 주체적인 모습들에 감명 받으며 살아오고 있기에 다른 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직도 가끔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이 행동 할 때가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천동설을 주장하였다. 세상의 중심은 지구이고, 지구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무수한 논증들이 지동설로 향하자 그는 지동설을 다방면으로 검토해 보았다고 한다.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저명한 학자는 역시 달라도 뭔가 다른 것 같다.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물리적으로 세상의 중심을 바꾸려는 생각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텐데도, 그는 그렇게 하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나의 틀린 생각을 조금씩 고쳐 보고자 한다. 다른 이들도 그들의 삶의 주인공이고, 주인이고, 주체이다. 그리고 그런 주연들의 관계의 얽힘 속에 내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아.





저는 저의 세상에 당신을 들이고 싶었습니다. 마치 관측에 의해 상태가 결정되듯, 당신이라는 존재를 제 세상 속에 들여야 당신이라는 존재를 하나의 객체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도 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썩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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