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어른이 되지 못한나는 멋진 얼음이라도 되고 싶었다.
항상 우리는 '멋진 어른'이 되어야 한다며 농담을 주고 받았었다. 농담처럼 건네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을 쥐어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언젠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적었었던 글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사회초년생으로 - 아직 초년생 같은 기분이지만 - 창밖에서 서글피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내가 저렇게 하염없이 울어보았던 적은 언제였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울고 싶을 때 울 수 없어졌을 때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말을 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울음을 조금 잘 참는다고 정말 어른이 되었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없지 않게 남아 있는것 같다. 예를 들면 적어도 '멋진 어른'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들 중, 하나 정도라면 모를까…
나는 오늘 이별을 고했다. 내가 가진 감정이 단순하게 OO씨에 대한 호감이 아닌 집착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말만 번지르르한 감언이설로 당신을 속여 나에 대한 호감을 호소하게 만들고 싶은 치졸한 마음이라는 것도 고하였다. 참 이기적인 말이다. 당신이 나에게 당신의 속앓이를 털어놓는 것으로, 나라는 밧줄로 옭아매려 했다는 말을 참으로 간절하게도 말하였다. 그러면서도 이별이 이별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생각과 함께 또 한 번 당신을 나라는 우리에 가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사실은 그냥 내가 지쳤던 것일 뿐이면서…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당신을 소유하고 싶어 하던 마음의 발끝도 못 따라 갈 정도로 참아보지도 못 해 놓고서…
분명 어릴 땐, '넌 애가 왜 그렇게 욕심이 없니' 라는 말을 듣고 자랐었던 것 같은데… 이젠 욕심만 가득한 자의식으로 똘똘 뭉친 내가 남아있다. '멋진 어른' 이 되지 못해 '멋진 얼음'이나 되겠다는 말을 하던 나는 이젠 이제 막 초여름이 된 지금의 열기에도 못 버티고 녹아내려 그저 물 웅덩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썩어 문드러진 진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멋진 어른을 연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왜… 진짜 나는 멋진 어른이 되지 못하는 걸까? 다른 멋진 어른
들도 나처럼 매일 매일을 연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건 전혀 멋지지 못한 것 같다. 그럴 바에 차라리, 진눈깨비 마냥 질척거리더라도 그 위를 지나간 숱한 발자국들 마냥 이러 짓밟히고 저리 짓밟힌 티가 나더라도, 정말로 속에 가둬뒀던 이야기만이라도 털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오늘도 나는 주저리 주저리 내 생각을 읊어버리고 왔다. 참으로 '못난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