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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witter Aug 29. 2023

안부(安否)를 묻는다.

편안한 마음도, 그렇지 아니한 마음도. 묻는다. 마음속에.

 "안부 전해 주십쇼~"


 전 직장 동료가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었다. "○○날 □□ 만나러 가기로 했어"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그 상대가 누구든지 장난스레 건네는 말이었다. 하물며, 그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꼭 그 말을 남기고는 했다. 한 번은 재미 삼아 그의 말마따나 그가 전혀 모르는 내 지인에게 안부를 전해 보기도 하였다.


 "A가 안부 전해 달래~"

 "응? 그게 누군데?"

 "우리 회사 동료"

 "아...? 그래~ 고맙다고 전해줘~"


 반응은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 그냥 재밌는 사람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한다. 그럼 또, 그렇게 전달해 드려야겠지요.


 "B가 고맙다고 합니다~"

 "에? 그게 누구죠?"

 "전에 안부 전해 달라면서요? 얼마 전에 만난 제 친구입니다."

 "아앗! 진짜 전하셨군요!"


 반응은 오히려 이쪽이 더 재밌었다고 할 수 있겠군. 되려 진짜로 그걸 했단 말이야?라고 놀라는 반응이 재밌다. 그 뒤로, 몇 번이고 같은 일이 반복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나도 친구들에게 늘 안부를 전했다. 딱히 대상이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저 "A가 고맙대요", 라든가 "B는 잘 지내고 있어요.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라든가 등등의 답변만을 전해주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이, "고맙다."고들 하는구나 하는 점이었다. 나도 만약, 내가 생판 모르는 남이 안부를 묻는다면, 그렇게 대답했을까?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것이 언제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대체로 아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물었던 것 같다. "잘 지내시죠?" 라거나, "어떻게 지내셨나요?" 라거나, "전에 하시던 일은 어떻게..." 라거나, 대체로 어떻게 지내고 있냐는 식의 물음이었던 것 같다. 그 마저도 말끝을 흐리며 일말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건넸던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은 반갑게 웃으며 "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라거나, 덤덤하게 "뭐, 늘 똑같죠."라는 식으로 답변을 하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곱씹어 보니, 안부를 묻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친한 사람보다는 다소 어색함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전했던 말인 것 같다.


 '말 주변이 별로 없다 보니 대체로,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아.'

 '대화의 시작은 늘 어려운 것 같아.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 지도 잘 모르겠고, 혹여나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입을 무겁게 하는 게 분명 있지.'

 '맞아. 그래서 전화보다는 텍스트로 전달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물론, 그렇다고 딱히 메신저로도 많은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


 되려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안부를 묻는 인사는 잘하지 않았다. 뭔가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느껴져서였을까?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안부 정도는 이미 잘 알고 있지 않겠냐는 뜻도 있었던 것 같다.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쓸데없이 너무 많은 것들을 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혀 생판 모르는 남이 전하는 형식적일지도 모르는 '안부 전해 달래요.'라는 말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볍게 웃으며 "고맙다고 전해줘"라고 하는 것을 보면 소위 말하는 `인사치레`는 생각보다 성의 없다는 느낌보다 잠깐의 삶의 환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영 반대의 경우도 있다. 너무 어색해서 안부를 물을 때도, 혹은 되려 너무 편해져서 굳이 안부를 묻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안부를 너무 묻고 싶지만 묻기 껄끄러운 경우도 있다.


 잘 지내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몸은 아픈 데는 없는지, 지난 일이지만 아팠던 것은 다 나았는지, 잠은 잘 자는지, 걱정은 없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너무나 묻고 싶은 것이 잔뜩이지만 도저히 물어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떠나 버린 이도 있을 것이고, 혹은 가까이 있지만, 심적으로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안부의 뜻이 `편안할 안(安)`자에 `아닐 부(否)`라는 것을 안부가 묻고 싶어 안부의 뜻을 찾아보다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참 간결하면서도 사람 속내를 잘 드러내는 말이라 생각되었다. 


 "평안은 하신지요. 혹은 그렇지 아니하신지요."


 그 말 한마디를 건네보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마음을 곧 잘 표현한 것으로 느껴진다. 몇 번이고 곱씹어 보며, 기별이라도 묻고 싶은 그 궁금한 마음이 꾹꾹 눌려 담긴 말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꾹꾹 눌러 담긴 마음이 들어간 말이어서일까 더더욱 섣불리 건네기가 참 어려운 말이다. 그럴 때면 나는,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그 한 번의 물음을 던지지 못하고 묻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편안히 생각하자는 마음도, 어찌 기별 한 번 없는지 불안한 마음도 깊이 묻어버리곤 한다. 가슴속 깊숙이.




 오랜만에 A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여전히 밝은 마음으로 오늘도 물었다. 


 "OO, 잘 지내셨나요?"


 나도 그와 같이 쾌활한 말투로 묻고 싶다.


 "잘 지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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