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군가 사람의 일생을 버스에 비유한 글을 SNS에서 우연히 본 후, '버스 이론'에 꽂혀 있다.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버스가 출발한다.
첫 탑승자는 당연히 자기 자신이고, 첫 출발하는 순간 버스 안에는 일단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가 있을 테지. 그다음은 자신의 부모, 있다면 형제, 자매, 일가친척들이 갓 태어난 아기를 세상에 맞이한다.
그렇게 출발한 버스는 일정한 속도로 달리다, 예정된 정류장마다 선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그때마다 타는 사람들은 옆집에 살았던 또래 친구도 있고,
어린이집이며 유치원, 미술학원, 태권도학원, 어린이수영교실, 바이올린학원, 피아노 학원 등등에서 만나고 헤어졌던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도 있다.
그러다 초중고대학교를 거치면서는 버스 안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올라타고 또 때가 되면 내리기를 반복한다.
버스에 올라탄 많은 사람들 중에는 자신과 가까이 딱 붙어서 몇 정거장을 함께 이동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버스 안 저쪽 구석에서 자신과 흘끗 눈이나 한번 마주칠까 말까 하며 거리를 두고,
하지만 같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언제 내렸는지도 모르게 내리곤 한다.
버스의 속도는 아직 그다지 빠르지 않다.
그래도 학교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후에도 버스 여행은 이어진다.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군대를 가기도 하고, 취업을 하기도 하고,
취업한 직장에서 적어도 10년 이상을 근속하기도 하고,
몇 개월마다, 몇 년마다 이직하기도 하고,
그때마다 버스에는 또 사람들이 올라탔다가 어느 때가 되면 내리기를 반복한다.
서로 죽이 맞아 내려야 할 정류장을 몇 번이나 지나치면서도 수다를 떨며 친분을 나누기도 하고,
언제 탔는지도 모르게 같은 버스에 탔다가, 언제 내렸는지도 모르게 안 보이는 사람도 있다.
버스는 달리면 달릴수록, 달리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정신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어느 순간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고,
그제야 뒤늦게 이전에 함께 버스에 탔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 사람의 이름과 얼굴, 말투와 성격, 취향까지 고스란히 기억에 남는 이도 있지만,
얼굴은 떠오르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던가,
반대로 이름은 떠오르는데,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이도 있다.
함께 버스에 탔던 그때는 소중함을 모른 채,
언제 내렸는지도 모르게 사라진 사람들을 뒤늦게 그리워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버스에는 다시 자신만 남겨진다.
버스에서 한 번도 내리지 않고 함께 타고 있던
부모, 있다면 형제, 자매, 있다면 배우자, 자식도 어느 때가 오면 다 버스에서 내려 제 갈 길을 간다.
이제 버스의 속도는 시속 200km을 넘는 듯 쏜살같이 달린다, 나 혼자만 타고 있는 채로.
그리고, 언젠가 이 버스도 멈추는 날이 오겠지.
버스 이론에 대해 생각해 보니 떠오르는 영화.
텅 빈 버스 안에 마석도와 단둘이 남겨진 강해상의 당황스러움이 생각난다.
처음 버스에 탔을 때에도 혼자, 마지막 버스에 남겨질 것도 혼자라는 생각이 드니, 떠오르는 영화
라이언 레이놀즈가 관짝에 갇혀 90분 내내 고군분투하는 일인극.
온 가족이 집을 비운 새, 집에 든 헐렁이 강도 이인조를 상대로 맞서 싸우던 용감한 케빈의 맹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