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봄날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듣고 싶은 1980~90년대 틴팝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대리의 영팝스 세 번째 시간입니다.
엊그제 존 휴즈 감독의 <페리스의 해방 Ferris Bueller's Day Off(1986)>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봤습니다. 지금은 60대에 접어든 배우 매튜 브로데릭이 고등학생 페리스를 연기한 20대 초반 시절 모습이 새삼 반가웠는데요.
영화 속에서 페리스는 너무도 화창한 봄날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일념으로 치밀한 꾀병 작전을 펼쳐 부모님을 속이고는, 여자친구 슬론, 절친 카메론과 함께 시카고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신나는 하루를 보냅니다. 우리나라 제목처럼 단 하루의 자유가 과연 '해방'까지 아우르는지는 모르겠지만, 페리스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 속에 흘러가는 인생의 즐거움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고, 결과는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1980년대 할리우드 대표 청춘 영화인 <페리스의 해방(1986)>을 보면서 떠올린 1980~90년대 팝 씬을 호령했던 틴 팝 대표곡을 선곡했습니다. 당시에는 10대 파워를 과시했던 아티스트들도 이제는 50대가 되었는데요. 하지만 이 노래들 속에는 푸른 봄날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첫 곡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보이 밴드 뉴 키즈 온 더 블록 New Kids on the Block(NKOTB)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Hangin' Tough(1988)>에서 네 번째로 싱글 발매된 "Hangin' Tough"입니다.
앨범 <Hangin' Tough>에서는 "Please Don't Go Girl", "You Got It(The Right Stuff)", "I'll Be Loving You(Forever)", "Cover Girl" 등 히트 싱글이 연이어 탄생했고, 전 세계에서 1,500만 장이 팔렸는데요. 그중에서도 "Hangin' Tough"는 리드 보컬을 맡은 도니 월버그 Donnie Wahlberg를 비롯한 다섯 소년의 엉뚱한 장난기가 느껴지는 듯한 비트가 들을 때마다 신나는 곡입니다.
다음 곡은 티파니 Tiffany가 1987년 15세 때 발매한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Tiffany(1987)>에서 두 번째로 발매한 "I Think We're Alone Now"입니다.
미국 록밴드 토미 제임스 앤 더 숀델스 Tommy James and the Shondells가 1967년에 발표한 원곡을 티파니가 리메이크했는데요. 빌보드 싱글 차트 Hot 100에서 2주 동안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인기를 얻었고, 그 인기는 미국을 넘어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했습니다.
티파니의 인기 자체도 대단했지만, 티파니에게는 숙명의 라이벌이 있었습니다.
바로 데비 깁슨 Debbie Gibson입니다. 데비 깁슨의 데뷔 스튜디오 앨범 <Out of the Blue(1987)>은 티파니의 데뷔 앨범 <Tiffany(1987)>가 발매된 1987년 6월 29일 이후 약 2개월 뒤인 1987년 8월 18일 발매되었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나이의 두 여성 아티스트가 등장, 앨범과 싱글이 히트하면서 둘의 대결 구도는 뚜렷해졌고 각자 취향에 따라 갈라진 팬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대대로 "남진 vs 나훈아", "이미자 vs 패티김", "김승진 vs 박혜성" 등의 팬덤 대결을 비롯해, "H.O.T. vs 젝스키스", "S.E.S vs 핑클" 등 K-Pop 아이돌 1세대가 시작되어도 팬덤 대결은 이어졌으니, 그 유구한 역사 속 한 페이지에 "티파니 vs 데비 깁슨"도 짧았지만 강렬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데비 깁슨의 데뷔 앨범 <Out of the Blue(1987)>에 수록된 모든 곡은 데비 깁슨이 직접 작사, 작곡까지 했으니, 천재 소녀 아티스트의 등장에 열광하지 않을 도리가 있었을까요?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두 번째 싱글 발매곡인 "Out of the Blue"은 상큼한 전주부터 귀를 사로잡습니다.
10대 시절 라이벌이었던 티파니와 데비 깁슨은 40대에 접어든 2011년 SF 몬스터 재난 영화 <메가 파이톤 VS 게토로이드 Mega Python vs Gatoroid(2011)>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하와이 출신의 글렌 메데이로스 Glenn Medeiros도 1987년 셀프 타이틀 앨범 <Glenn Medeiros(1987)>로 데뷔했는데요. 조지 벤슨 George Benson이 1985년 발표한 곡을 리메이크한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를 첫 싱글로 발매해 상당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글렌 메데이로스는 데뷔 곡 외에도 1988년 프랑스 가수 엘사 륑기니 Elsa Lunghini와의 듀엣 곡 "Un Roman d'amitié (Friend You Give Me a Reason)", 1990년 바비 브라운 Bobby Brown과 작업한 "She Ain't Worth It" 등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인기의 최정점을 찍었는데요.
50대가 된 글렌 메데이로스는 음악계를 떠나 교육계에 몸담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의 학생들은 글렌 메데이로스 선생님이 왕년의 팝스타였다는 사실을 알까요?
오늘 마지막 곡은 1988년 셀프 타이틀 앨범 <Martika(1988)>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마티카 Martika의 "Toy Soldiers"입니다.
1989년 4월 발매되어 빌보드 싱글 차트 Hot 100에서 2주간 1위를 차지한, 마티카의 유일한 1위 곡인 데요. 마티카가 코카인 중독에 시달리던 친구를 위해 쓴 곡이라는 뒷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Step by step, Heart to heart"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입니다.
앨범 <Martika(1988)>에서는 싱글로 발매된 "More Than You Know", "I Feel the Earth Move", "Water" 외에도 10대 후반 마티카의 발랄한 매력이 돋보이는 "If You're Tarzan, I'm Jane"도 즐겁게 들을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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