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이스와 줄리 Jul 13. 2018

쓸모 없는(?) 취미

액션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작고 쓸모 없는(?) 취미가 하나 생겼다. 액션영화 보기. 어떤 의미를 얻거나 메시지를 얻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때리고, 싸우고, 죽이고, 해결하는 과정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걸 보며 뭔가 해소되는 기분을 누린다.


그렇게 취미를 붙인 게 '마블' 시리즈다. 마블 영화 보기에는 도리어 애정을 갖게 됐다. 최근 영화관에 연이어 개봉하는 마블 영화들은 기다렸다는 듯 예매해서 보곤 한다. (오늘도 앤트맨&와스프를 볼 작정이다. 이걸 개봉하자마자 보자고 YE에게 닦달을 해서 서운케 하기도 했다)


시간 때우기용 취미가 이제 내 시간의 우선순위가 됐다. 확실한 건 마블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일이 그동안 내게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즐거운 일이다.

몸이 너무 무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침대에 누워 액션영화들을 틀어본다. 눈이 저절로 감길 때까지. 화면 속 인물들은 진지하다. 각자의 의미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특히 '존 윅' 시리즈가 제일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소중한 존재를 잃고 난 뒤 최선을 다해 복수한다. 온 몸으로 온 세상을 뒤집어 놓는다. 그들이 피를 쏟아내는 사이, 나는 쏟아지는 잠에 아주 편하게(!) 빠져든다.


왜 이런 영화들을 보는 걸 좋아하게 됐나 생각해봤다. 일단 아무 생각을 안 해도 돼서 좋다. 스토리에 주시할 필요 없이 때리고 부수는 모습들이 도리어 편안함을 줬다. 늘 주인공이 승리하는 선악구조도 이유가 된다. 나 자신을 역경을 겪는 영화 주인공에 투영하곤 한다. 내게 스트레스가 되는 존재들(기록에 남기면 좋지 않을 그런…)이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렇게 쓰고보니 좀 무섭다. 일상에 치이다보니 자꾸 자극을 찾는 내 모습이기도 하다.


쓰고보니 악독하지만 이것도 내 자신이다. 받아들인다. 어쩌면 이렇게 해소하는게 더 건강(음?)할지도 모르겠다. 어제도 유난히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가 쌓인 기분이 들어 '미션임파서블-로그네이션'을 빠르게 넘기며 주파했다. 톰 크루즈 형님이 세상을 구하는 모습은 참 멋지다. 머잖아 또 다른 후속작도 개봉한다던데. 계속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쓸모 없는 얘기를 쓸모 없게 늘어놓게 된 이유는 역시 없다. 얼마 전 브런치 콘텐츠에 대한 한 고마운 제안을 받았다. 바쁜 일상을 겪는 동안 그 제안을 묵혀뒀다 오늘 다시 꺼내보고 호응을 했다. 누군가는 우리가 5개월 동안 묵혀둔 브런치를 봐준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쓸모 없는 이야기라도 늘어놓고, 다시 내가 브런치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최근 만드는데 성공한 쓸모 없는 취미를 공유하면서다.


모처럼 여유를 누린 2018년 7월13일 오후. 자극적인 액션만 보던 것에서 벗어나 일상의 잔잔함을 보인 영화를 잠시 틀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영화를 보다보니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것도 때론 필요하지. 모두 의미 있는 것만 있어봐. 숨막혀서 못 살지"


영화를 보다 졸려서 잠시 자고. 흥미를 잃어 절반 정도 보다 끄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억지로 이걸 끝까지 보려했지만, 이제는 그냥 두는 여유도 가지려 한다. 다 못 보면 어때. 나중에 보고 싶을 때 마저 보면 되지. 그렇게 세상에 때로 필요한 쓸모 없는 것들을 위해 오늘 하루도 안녕.

언제 한 번은 꼭 먹어보고픈 우리 집앞 심야 쌀국수 포차
매거진의 이전글 '제목 없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