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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스와 줄리 Oct 14. 2019

'두 사람'이 주는 위로

[서른유부남]어느덧 결혼 1주년, '둘'이 만들어내는 행복

결혼을 한 지 만 1년이 가까워진다. 숫자가 가진 의미보다 300일 넘게 아내와 함께 한 집에서 보낸 시간이 스쳐간다. 토닥이기도 했고, 눈물을 보인 적도 있지만 행복한 순간이 더 많다. 재밌던 순간도 많았다.


최근 우리 부부는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다. 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지난 주말은 오롯이 둘이기에 가능했던 많은 일들을 해냈다.


구경하고 가세요~라고 말하던 아내의 뒷모습(몰래 촬영 미안)

아내는 올해 본직장 외에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뭔가를 창작해도 좋았고, 의미 있는 뭔가라도 해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


아내의 주도로 우리는 상암 문화비축기지에서 진행된 '모두의 시장'에 참여했다. 집에서 사용하던 것들 중 괜찮은 물건(재사용품)을 내놓는 것이었다. 첫 도전이었는데 생각보다 모두의 시장 담당 측은 흔쾌히 우리를 받아줬다. 우리도 그 시장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 물품을 가려 준비했다.


토요일 낮 1시쯤일까. 우리는 집에서 꺼내온 소품과 옷들의 진열을 마무리했다. 양이 많지도 진짜 집에서 묵었지만 몇 번 사용하지 않아 질 좋은 제품들을 늘어놓았다. 딸아이를 둔 처형 가족도 놀러 와 일부 물품을 더했고, 소풍 하듯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마수걸이는 판매 개시 후 오래지 않아 이뤄졌다. 소위 '오픈빨'이 있는 듯 순식간에 물건 몇 개가 팔려갔다. 어버버 하면서 물건을 팔았다.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호응해주시는 '고객'분들이 계셔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오기 전만 해도 캐리어를 그대로 들고 돌아오면 어떡하나 고민하던 때였다.


자신감을 갖고 아내와 열심히 "구경하고 가세요~"를 외쳤다. 혼자서는 잘 안 되던 일이다. 아내가 잠시 다른 가게 구경을 다녀온다고 혼자 가게를 지키면 마치 차포가 떼인 장수처럼 힘 빠진 표정의 나였다.


그러나 아내가 먼저 "구경하고 가세요"를 외치면 나는 "대부분 2000원, 3000원이에요"라고 곁들이면서 지나는 참가자 분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래서였을까. 기대 이상으로 물품이 팔려갔다. 판매 시간은 총 5시간이었는데 5시간이 다 되기 전에 거의 모든 물건을 팔았다. 소품은 한두 개 빼고 일찍이 나갔으며, 옷들도 완판에 가까운 성공을 해냈다. 첫 도전에 얻은 수익이 무려 10만원이 넘었다.


우리가 내놓은 물건이 팔린다는 쾌감도 있었지만, 부부가 함께 느낀 건 둘이니까 이 일이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혼자였다면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못내 외로웠을 것도 같다. 둘 다 이 일에 재미를 느끼며 생긋 웃으며 참가자분들에게 다가가니 그분들도 반기며 흔쾌히 지갑을 열어주셨다.


아내가 먼저 물건을 소개하고 있으면 나는 거기서 이거 같이 사시면 더 할인해드릴게요 라는 식이다(활자로 쓰니 뭔가 꾼 느낌이 든다). 기분 좋은 경험 후 우리는 둘에게 더 없는 격려를 전했다. "서로를 채웠기에 가능했다!"라고.


그날 모두의 시장 뒷 배경은 이런 느낌이었다.


우리의 주말은 그걸로 그치지 않는다. 망원에 함께 살림을 푼 덕분일까. 산책할 곳을 찾아 나서는 것도 우리의 즐거움이다.


노을 지는 풍경을 따라가며 길을 걷다가, 눈에 보이는 식당에서 함께 배를 채우고, 한때 꿈을 키우며 가고 싶어 하던 방송국을 다시 찾는.. 혼자서도 좋을 수 있겠지만, 둘이라서 더 따뜻하다.



지난 토요일 성취의 경험을 했다면 다음날인 일요일은 쉼을 채우는 시간들이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상암-망원 산책을 마무리한 뒤 아내는 다행히(!) 야식 치킨을 허락했다. 자주 오지 않는 기회에 감사함을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이다.


집에 와서는 요새 둘이 함께 빠져보는 '멜로가 체질'을 보면서 치킨을 뜯었다. 아내는 종종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 나오면 눈물방울을 흘러내곤 한다. 이날도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던 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울었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우리의 몸이 무드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혼의 묘미다. 이날 우리는 야식까지 세끼를 모두 같은 음식을 먹었다. 그래서였을까. 신기하게도 번갈아 두 사람에게서 방귀가 터져 나왔다.


마치 박자를 맞추듯. 내가 먼저 터트리면 아내가 그걸 받고, 또 내가 이어받는, 요상한 날이었다. 심지어는 눈물을 흘리며 장면을 보던 중간에도 우리의 방귀는 터져 나왔다. 울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ㅠㅠ"라면서 속을 풀어내는 쾌감이랄까.



잠에 들 때까지 우리의 방귀배틀은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날 먹은 음식 성분 분석에 이르기까지 했다. 대충 유추가 되는 품목들은 있었지만.. 막을 수는 없다. 종일 둘이 함께 같이 먹었기에, 그저 잠들기 전까지 끼고 웃고, 끼고 웃고 'ㅋㅋㅋ'이 난무한 밤이랄까.

우리 생리현상의 유력 용의자 중 하나


정말 두 사람이 됐기에 겪을 수 있던 풍경이었다. 잠들기 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번 주말의 장면들은 우리 머릿속에 오래오래 남을 거라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떠올리며 킥킥댈 수 있는 장면, 소리, 향(?)일 거라고.


농담처럼 아내에게 "내가 없으면.. 넌 이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겠지.."라고 말하다 한 대 맞았다. 그다음 기억은 없다. 그렇게 우리의 행복했던 주말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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