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줄리에게
손이 아닌 타자기로 보내는 첫 편지야.
편지는 항상 손으로 써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것도 나름 설렌다.
오늘도 우린 함께, 또 따로 시간을 보냈어.
벌써 이렇게 지내온지가 몇 달 되었는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문득 떠오를 때가 많아.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
오늘은 이 어구의 의미를 물어보고 싶어.
나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거야.
하지만 우리는 늘 그렇듯, 한계에 부딪히지.
물리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을 때가 많고
(다행히 요즘의 우린 아니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우리가 못내 걱정하는 부분들이지.
하지만 상황이 어려울 때,
난 마음을 모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
너에게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야?
브라이스에게
우와 이런 것도 있다니,
덕분에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네 :)
설렌당 히힛, 고마워!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
맞아, 참 중요한 일이지.
사람과 사람 사이엔 시간이란 존재가
촘촘히 스며들어야
더 단단해 질 수 있으니까.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에게는
더욱 그럴거야.
나에게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건,
음... 언제고 꺼내어볼 수 있는
'나만의 서랍'을 만드는 과정인 것 같아.
지금의 순간은 1초만 지나도
과거가 되어버리잖아.
그렇게 무수히 모인 1초가
어제가 되는 거고.
어제가 모여서 나라는 사람,
그 자체가 되고.
근데 그 시간들을
모두 기억하고 품고 싶어도,
우린 사람이니까 그럴 수 없지.
그래서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는 거라고 생각해.
마치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그 때가 그리울 때마다
정리해두었던 사진첩을
열어보는 것처럼.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건
언제나 열어볼 수 있는 사진첩,
그러니까 그것들이 쌓인 서랍을
만드는 일과 같아.
나는 오늘도 새로운 서랍을 만들었지!
우리가 함께 먹었던 커피 한 잔,
눈을 마주보고 웃었던 순간들,
심지어 사회문제는 어디서 기인하는가...와 같은
꽤 진지한 이야기들까지,
이 모든 게 담긴 우리만의 서랍.
앞으로도 우리만의 서랍, 많이 만들자.
두고두고 열어보고 그때를 기억하고,
그때의 기억으로 현재를 다시 채우고,
또 다음을 그려보자.
그리고 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