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와 고구마'에 관하여

연상연하 짝꿍의 서른 번째 편지

by 브라이스와 줄리

브라이스에게


오늘은 12월의 첫 날이야.

벌써 12월이라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곧 거리에서 들려올 캐롤과

쏟아질 흰 눈,

설레는 사람들의 미소가

내심 기다려져.


오늘 카페엘 갔는데

성에가 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주황빛 불빛과 커피 내리는 소리가

왜그렇게 운치 있고

따뜻하게 보이던지.

춥다며 꽉 잡은 우리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다녔지만

왠지 모르게 즐거운 기분이었어.


그리고 마침 그곳, '아서의집'엔

손님이 우리 둘 뿐이었지.

우리는 그곳에서 10년도 더 된

오래된 잡지묶음을 보며

이런 시절이 있었지,하고

낄낄대기도 했어.

소싯적 모습은 생각하지 못하고

이때 참 촌스러웠다고

놀리며 말야.


'아서의 집' 피터아저씨는

그런 우릴 위해 따뜻하게 난로를

피워주시고 그 위에

은박지로 꽁꽁 싸맨

군고구마 두개를 올려주셨어.

진짜 최고의 서비스였지!

그리고 우리 둘이 참 많이 닮아서

부부(..좋은 말일까?)냐고

묻기도 하셨고.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씩

스며들고 있긴 한가봐.


이런저런 이야기로 웃음 지으며

잔잔한 음악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캄캄한 밤하늘,

조금은 매캐한 난로 연기,

스르르 온몸이 녹을 것 같은 나른함,

거기에 따뜻한 차와 고구마가 있으니

정말 겨울이다 싶으면서

이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게

없구나 했어.


요 며칠 이런 핵심기억을

참 많이도 만든 것 같아.

덕분에 즐거웠어!

잘 까먹는다고 내가 너에게

자주 면박을 주곤 하는데

이번 기억은 잊지않았으면 좋겠어.

남은 올해도 잘지내자:)

안녕, 줄리.

조금 늦은 답장이네 :)

맞아 며칠 전 우리가 쌓은

핵심기억..!

지금도 생생히 기억 나:)


겨울의 길목에서

가스 난로 냄새를 맡고,

창에 잔뜩 낀 성에를 보고,

난로로 익힌 고구마를 먹으며

우린 재잘거렸지.


요며칠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들로부터

'두 사람 참 닮았네요'

라는 말을 종종 들었잖아.

그래서 줄리가 내게

우리의 시간이 점점

쌓여가는 듯하다고 말했었지.

그 때 기분이 참 좋았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가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걷고,

같이 웃다보니,

서로 닮아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답장을 쓰면서 나는

지난 날 고구마를 먹으며

잔잔히 흐르던 음악에

귀를 기울였던 것처럼

정밀아 님의

'겨울이 온다'를 듣고 있어.


'아서의 집'처럼

'정밀아'님도 우리의

핵심기억 중에 하나로

자리잡고 있지.

이미 와버린 겨울이지만,

줄리가 마침 성큼 다가온

계절의 변화를 말해준 걸 보니

'겨울이 온다'라는 노래가 생각났어.

다음에 함께 들었으면 좋겠다.

가사는 텅 빈 마음을 노래하지만

우리의 겨울은 따뜻할거니까..!


그리고 올해의 수많은 기억들을

내가 많이 잊어버렸는지도 모르지만,

내 몸 속 어딘가에서 분명

기억들이 헤엄치고 있을 거라 믿어.

더불어 우리가 이따금씩

나누던 브런치,

손편지와 같은 기록들이

우리의 기억들을 더욱 굳건히

붙잡아 줄 거라고도 믿고 있고 :)


줄리가 말한 겨울의 길목에서

만난 성에, 난로, 고구마,

노래들은 내 핵심 기억에서

쉬이 잊혀지지 않을거야. 확실해.

그러니 앞으로 우리 더 많은

기억들을 만들어가자.

난로와 고구마! 하면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예쁜 단어들이 모인 기억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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