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에 관하여

두 번째 편지

by 브라이스와 줄리

브라이스에게,


요즘 덕분에 더 즐거워졌어.

책상 한 구석에 모셔두었던

카메라를 다시 꺼내

평범한 일상을 한 장씩 찍기 시작했거든.

웬만하면 여기에도

'그 날' 찍은 사진들로 채우려고.

투박하지만 진짜 일상이니까.


오늘은 '떡볶이'에 관해 얘기해보려 해.

나는 분식을 참 좋아해, 그치?

김밥, 떡볶이, 튀김, 순대, 라면...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지 (헤헤)

매일 먹어도 별로 질리지 않고.


다행히 너도 분식을 참 좋아하지.

그래서 우린 식사로도,

간식으로도 자주 먹잖아.

오늘은 항상 함께 지나던

홍대입구역 뒷에서

늘 우리가 가던 포장마차 사진을

우연히 찍었어.


일을 끝내고 허기가 질 때마다 들르던 곳.

가장 사람이 적으면서도,

가장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곳.

괜스레 더 마음이 간다며 그곳으로 갔지.

그리고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마다

같은 집엘 갔고.


내가

'천원짜리 김밥을 먹어도

너랑 먹는 김밥은 근사해.'라고 말했던거

기억나?

사실 뭔가 있어보이려고

말한 도 없지 않만(ㅎㅎ)

정말 진심이었어.

둘이서 서로 무릎을 맞대고 앉아

정답게 너하나, 나하나 먹고,

어묵국물을 한 컵씩 떠서

호호 불며 마시고.

다 먹고 나선 '아 맛있다, 맛있어~'를

연신 내뱉으며 깔깔 웃던 순간들.


나는 아마 평생,

나이가 들어서도 떡볶이를 좋아할 것 같아.

나의 천성적인 기호도 있겠지만,

포장마차, 그곳의 불빛, 작은 이쑤시개들,

천원짜리 지폐를 꼬깃꼬깃

꺼내던 우리들의 모습,

이 모든 소소한 것들이 한 데로 모여

어느새 가장 특별한 기억이 되었으니까.


앞으로도 내가 '떡볶이 먹을래?'하면,

함께 해줄거지? :)


너에게 우리가 함께 먹던 떡볶이는

어떤 의미야?


오늘따라 색달랐던 용산역 저편의 모습.


줄리에게


먼저, 답장을 쓰는 이 심야 시간,

그 어느 때보다 떡볶이가 간절하다.

밤 열한시에서 열두시는 늘

사람을 출출하게 만드는 시간인 것 같아.


줄리가 물어온 대로

나에게 떡볶이는

'기분 좋은 첫 데이트'야.


우리가 처음으로 단둘이 만났던 날 기억나?

그때 우린 서로 존댓말을 하는 사이였고,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 만났었지.

다행히 내 예감(사실은 바람)대로

우리의 대화는 잘 통했고, 금방 친해졌어.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

나는 그냥 이대로 안녕을 말하기가 싫었어.

넌지시 배고프다는 말을 남겼고,

너는 그럼 떡볶이 먹고 갈래?라는

정말 고마운 제안을 해줬어.

(라면 먹고 갈래? 보다

더 소중한 제안이었지)

지하철 역에 다다르기 50m 전

우리는 극적으로 방향을 바꿨고,

그때 처음으로 먹은 게 떡볶이였어.


줄리가 기억하는 것처럼

떡볶이에 순대를 찍어먹고,

어묵국물을 호호 불어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너는

우리가 만난지 세시간 만에 말을 놓았지.

티는 안 냈지만 우리가 금세 가까워진 것 같아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그리고 우린 지금도 그때처럼

떡볶이를 나눠먹는 사이가 되었고.

참 감사해! 그럴 수 있다는게:)


그래서 내게 떡볶이는

설레던 기분 좋은 첫 데이트야!

우리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이 음식 덕분에

우리는 지금 브라이스와 줄리가

된 것이 아닐까.


앞으로 난 줄리가 떡볶이를 먹자고

제안하기 전에 먼저 물어볼거야.


"우리 떡볶이 먹을까?" 라고.

첫 데이트를 할 때 설레던 마음을

한아름 안고 말이지.

오늘의 집밥. 로맨틱.성공적.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