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BS 드라마스페셜] 10가지 색의 이야기 기억 모음
만 2달하고도 2주 전, KBS에서 매주말 단막극을 방영한다는 반가운 소식에 밤잠을 설치며, 때로는 아침을 일찍 깨워 보물같은 이야기들을 챙겨봤다. 어떤 것은 재미있었고, 어떤 것은 생각을 곰곰이 하게 했고, 어떤 것은 감동의 눈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드라마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분량의 차이는 극과극이다) 그 기록을 이곳에도 모아놓고 나눠보고자 한다.
각 글의 첫 단락과 함께 대표 사진, 그리고 원 글에 대한 링크다.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언제 마지막으로 말해봤는가. 혹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 번도 입에 올려본 적이 없는가? ‘부모님’만큼 익숙한 단어가 선생님이건만 의외로 우리는 선생님을 잊고 살 때가 참 많다. 교수님, 선배님, 부장님이 더 가까울 때가 많다. 2016년 KBS의 대표 단막극 드라마스페셜의 출발을 이끈 <빨간 선생님>은 선생님과 제자의 이야기다. 마지막에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우리에게 각인시킬만큼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드라마다. 하지만 그 관계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1985~87년의 시대상을 중심으로 짧은 글에 모든 걸 담아내기 힘들만큼 알차게 내용이 전개됐다.
허장성세(虛張聲勢). 헛되이 목소리의 기세만 높인다는 뜻이다. 실력이 없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비판할 때 주로 쓰인다. 지난 2일 방송된 KBS드라마스페셜 <전설의 셔틀>은 ‘허장성세’하는 인물의 전형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서울에서 전학 온 과거 ‘빵셔틀’이 새 고등학교에서 ‘짱’으로 등극하는 과정을 유치하면서도 진지하게, 또 재미있고 훈훈하게 그려냈다.
단막극은 보통 ‘하나의 막’을 가진 극을 의미한다. 한 편 내외로 끝나는 짧은 드라마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여름의 꿈>을 보고나면 단막극에 대해 ‘단순한 극’이라는 별칭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사이보그(cyborg). cybernetic과 organism를 합친 단어인 사이보그는 개조인간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수많은 첨단기술의 발달로 사이보그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어든 요즘, 이를 둘러싼 생명윤리에 대한 물음을 던진 드라마가 등장했다.
평양까지 2만원이면 된단다. 얼토당토 않는 이 주장은 금세 묻히고 만다. 사실 이야기의 화제는 다른 곳에 있다. <평양까지 이만원>은 가톨릭 사제가 되는 것을 그만두고 대리운전 기사로 살던 한 남자가 다시 자신의 삶에 빛을 밝히는 이야기다.
<동정 없는 세상>에서 말하는 ‘동정’의 의미는 이것이다. “이성과 한 번도 성교(性交)를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지키고 있는 순결. 또는 그런 사람.” 그런 동정(童貞)이 없는 세상, 풀어 말하면 순결을 지키지 않는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면 이 드라마는 굉장히 ‘야할 것’만 같다.
섣부른 오해는 다른 이에게 상처를 남긴다. 왜곡된 이기심 또는 자기애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상처를 받는 사람은 상처를 준 본인이다. 상처 준 사람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자존심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보다 자신이 훨씬 고통 받게 된다는 의미다.
드라마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나에 대한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나는 ‘웃음’을 잃어버렸다. 아니 내가 거부했다는 것이 더 옳겠다. 지난 몇 달 간 나는 합격과 불합격의 페이지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고, 매주 수능 보는 기분을 되살리며 주말마다 입사 시험에 응시했다. 나는 여전히 그 과정을 지나고 있으며, 종착지에 다다르지 못했다.
#9 <아득히 먼 춤> 우리는 모두 평생 닿을 일 없이
KBS 드라마스페셜 아홉 번째, <아득히 먼 춤>. 오늘 글은 드라마에 대한 장황한 설명보다 드라마 속 연출가, 신파랑(구교환 분)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전해질 수 있었던 기획의도를 남기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어머니가 외도를 했다. 두 딸은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숨기려 했지만 아버지도 진실을 알아버렸다. 어머니는 집에서 도망쳤고 실종됐다. 이에 아버지는 어머니를 살해해 유기한 범죄자로 지목된다. 두 딸 중 첫째는 아버지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밝히기 위한 심리학자로 성장한다. 15년이 지난 뒤, 어머니로 의심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아버지는 다시 한 번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by 브라이스 (별밤, 세상을 쓰다)
사진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