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와 생계형 파시즘 기업

by 배상근

법이나 제도 상에서 삼권 분립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현대 국가가 아니더라도, 과거 사회도 기능적으로 분리된 형태로 권력이 나누어진 경우가 많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식적인 의사결정은 최소한 논리적으로 정합성을 가지고 진행될 수밖에 없다. 외교나 군대, 치안 문제 등을 제외하면 정치적인 경계는 명확하지 않고 사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떤 사회에서도 정치적인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많을 수가 없고, 권력 배분이 폭력을 수반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다루어진다.

독재는 독재자의 문제도 있으나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수용하면서 이를 정당화시키기 때문에 유지된다. 법에 명시된 선거에 의한 정치 권력의 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권을 유지하는 것을 독재라고 하는데, 공적인 기관에 의한 힘과 일정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유지된다. 예전에는 민족이나 사회주의 등의 집단 이념이었고, 우리나라 경제발전 시기에는 경제적 성과를 국민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독재 국가에서 공식적인 의사결정이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으며, 과거 군주제와 유사하게 기능적으로 분리된 기관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엄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 민주주의 선거제를 유지하는 사회와 달리, 정치에 참여하는 집단이나 다루는 영역이 엄격하게 분리될 수는 있으나, 어디에서나 정치적인 경쟁은 존재하게 마련이고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이 논리도 없이 비합리적으로 될 수는 없다.

현대의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현실에서 정치에서 다루는 영역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경제나 사회의 발전에 유리하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낸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이나 제도에 따라 시장의 경계나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은 집단별로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치 참여시의 영향력은 시장에서의 경제적인 힘이 작용하게 되는데, 선거도 투표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자유의사에 의한 비밀투표이기는 하지만, 어느정도는 경제력이 정치적 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공식적인 정치 과정에 의한 의사결정과는 달리, 비공식적인 정치 참여는 소속된 집단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의견을 얘기하기 어렵고, 공적인 의사결정에 책임성을 가질 수 없다. 기업은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하는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교육이나 연구개발 등에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형성된 조직들은 시장에서의 성과에 따라 위계적으로 조직이 운영될 수 있는데, 생존에 문제가 생기는 일에 대해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에서의 결과에 의해 생존이 결정되는 기업도 일시적으로 형성된 독점 이익에 의해 기업을 운영하면 제도나 경기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위기에 처할 수 있지만, 정치 과정에 의한 공적인 의사결정이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되어, 불필요한 시장을 만들어내면 오랜기간 사회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코로나 시기에 방역 규정과 거리두기를 실시하여 방역과 제약산업 시장을 만들어내서 오랜기간 사람들이 코로나가 감기라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였듯이, 시장에서 나타나는 결과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은 오로지 경제적 이익이라는 한가지 기준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정치 조직보다 오히려 더 위계적이며, 기능적으로 분리된 조직에 의해 논리적으로 합의하여 운영되지도 않는다.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는 시장에서 드러나는 결과로 조정될 수 있는 기전이 있으나, 정치 과정이 문제가 생겨 비합리적인 시장이 형성되면 조정될 수 있는 기전 자체가 없다.

경제적 이익으로 형성된 조직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다.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언론 홍보를 포함한 여러 경로로 판촉 행사를 하듯이, 공적인 제도나 재정 투입에 의해 시장이 형성되어도 이를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게 된다. 코로나 시기에 언론을 통한 프레임 만들기, 공포심 조장은 물론이고, 여러 정치 행위가 이어졌는데, 특히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의사결정자들과 방역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기존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 조직과 네트워크를 통해 광범위한 감시와 압박이 이어졌다. 이는 일시적으로 형성된 경제적 이익에 의해 나타난 사건이었지만, 문제는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을 막아 자연스럽게 나타날 만한 사회 변화와 발전을 정면으로 가로막는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독재가 문제일지 몰라도 현재에는 경제적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이 사회 발전을 집단으로 막는 일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정치와 경계가 불명확하고 집단으로 특정한 내용을 주장하지만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사회 변화를 가로막는 것이다. 집단적인 일에 특정한 의견을 주장하면서 반대 의견을 막는다는 측면에서는 파시즘과 다를 바가 없으나, 자본주의 사회에 경제적인 이익에 맞추어 조직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는 생계형 파시즘 기업이 된다. 독재는 특정 집단이 정치적 이익을 독점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아 사회 발전이 늦춰질 수 있으나, 생계형 파시즘 기업이 생겨도 특정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고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내부에 비합리적인 목적으로 형성된 시장은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행동을 제약하기 때문에 이를 없애는 것은 정치적으로 조정하기가 더 어렵다. 정치적 독재는 경계가 분명하여 이데올로기는 강제하더라도 경제적 문제로 생존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생계형 파시즘 기업은 정치 영역과 생활이 연결되어, 경제적 문제로 생존을 위협하면서 반대 의견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코로나 시기에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정부와 특정 전문가 집단의 관점에서 사건을 전달했다. 본래 언론이 사건을 있는그대로 전달해야 사회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특정 프레임대로 이슈를 만들어낼수록 현실의 조직 내에서 개인의 행동 변화를 막으면서 사회 변화를 가로막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언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조직이나 기업의 의견만을 내보내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본래 언론이 권력을 집중시키는 매체이고 정치나 기업과 연결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데, 사회의 의사소통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저런 행동을 하면서 자신들의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 언론은 생계형 파시즘 기업들의 각축장이고, 특징 집단의 얘기를 실어주는 것일 뿐, 기자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능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정부에서 코로나를 포함한 여러 문제에서 국가 재정을 불필요하게 집행하면서 여기저기 이상한 시장들이 만들어져 있다. 국가, 기업, 노동조합, 학교, 연구 조직 등 어떤 집단이라도 현실에서 변화나 혁신을 가져올 수 없는 일에 자원을 투입해서 조직을 위계적으로 운영하면 생계형 파시즘 기업이 되고, 내부적으로 오래 지속되면 조직이 망가져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의료처럼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내부 질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분야도 코로나가 감기라는 얘기도 안하더니, 이후로 한쪽은 의대정원 숫자로 논쟁을 만들고 반대편은 모든 정치 행위를 부정하고 반대하면서 끊임없이 불필요한 논쟁만 하고 있다. 지금은 여러 생계형 파시즘 기업들에 의해 정치 과정이 사라진 것이 문제이고, 병상 제한을 하든지 건강보험 재정 분리를 하든지, 진료권별로 경계를 명확히 해야, 정치 과정이 살아나서 이 사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감기라고 하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도 도움이 되기는 하겠는데, 무엇이라도 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별 기대는 없다. 어차피 능력대로 결과가 나오기는 하겠지만, 뭘 하는 게 있어야 기대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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