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홍보 전략과 사회적 폐해

by 배상근

동네에 간식을 파는 가게가 하나 생겼는데, 예전 근처 아울렛 근처에서 핫도그 가게로 인기가 있던 집이었다. 가격이 그렇게 싸지는 않은데, 한번이 아니라 몇번 반복해서 튀기고 안에 소시지도 괜찮은 것을 써서 조금 독특한 맛이 난다. 요즘은 동네 시장이 모두 사라진지라 간식도 별다른 개성이 없고, 대형 마트나 프랜차이즈는 대량으로 팔아먹기 적당한 음식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은데 별 재미가 없다. 오랜기간 정성을 들이는 동네 맛집에는 돈을 조금 더 지불할 의사가 있어도, 규격화된 음식은 유명 연예인을 통해 광고를 해도 그다지 흥미가 안 생긴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아무리 만들어서 팔아도 월 수입이 500-1000만원을 넘기기 어려운데, 몸 상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게 일하면서 잘 운영되기를 바란다.

요즘은 택배업이 발달하니 사람들이 대형 마트도 안간다고 난리이지만, 대형 마트가 생기면서 시장들이 사라진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교통이나 통신 발달, 제조업에서 나온 기술들을 활용하여 유통업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새로운 변화나 혁신이 나타난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사회 전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변화나 혁신은 우연에 가까우면서도, 자기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율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데서 나오는데, 대형 마트가 생긴 이후에 사람들이 편하게 장보면서 규격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받는 것은, 과거 시장에서 여러 상인들이 경쟁하면서 다양한 상품들을 만들어내는 경쟁 과정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첨단 산업처럼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아닐지라도 다른 산업에서 이미 만들어진 방법을 가져와서는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변화나 혁신의 열매를 규모로 가져가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변화나 혁신을 막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즘은 택배업에 이어 배달앱까지 나와서 노동조합까지 생기고 있지만, 공적인 일은 목적이 논리적으로 불분명하면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본다. 전통 시장처럼 적당한 규모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설을 갖출 수도 있고, 비슷한 업종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장사를 할 수도 있으나, 시장에서 생존에 도움이 될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인데, 나같은 사람이 방법을 알 수가 없다.

전통 시장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요즘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효과에 관계없이 홍보 전략이 다른 일들을 압도하는 일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는 삼성 하나인데, 과거에는 몇몇 회사들이 경쟁을 했었지만, 지금은 심지어 대기업인 LG도 포기를 한 상황이다. 운영체제와 모바일, 컴퓨터를 함께 판매하는 애플 제품의 사용자 경험에 고급화 홍보 전략이 먹혀들면서 실제 생활에서의 효과나 기술력에 관계없이 규모를 통해 비슷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대기업 외에는 여러 회사가 한번에 다 무너졌다. 의료 시장에서는 서울 대형병원이 깔끔하고 좋다고 하면 너도나도 서울행이고, 심지어 별 효과도 없는 건강기능식품은 여기저기에서 광고를 하는데, 이에 대응할 만한 행동이 나타나지 못하면서, 점점 상황만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필요의 탄생이라는 책을 보면 얼음을 생활에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냉각 기술이 발전하고, 냉장고가 발명되면서, 식생활이 바뀌는 과정이 나온다. 식품 보존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 발명되니, 효과를 홍보하면서 이야기와 이미지를 만들고, 유명인이 책을 내거나 영화에 상품이 나오기도 한다. 초기에는 고가의 사치품으로 홍보하다가, 나중에는 필수 상품으로, 식품 위생을 강조하면서 주부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방법도 나온다. 초기에 고급화 전략을 사용한 것은 생활에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새로운 상품을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일부에서는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무리 효과가 있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개인이나 가족 생활 전반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환경에 따라 냉장고가 받아들여지는 것도 차이가 나는데, 교외에 집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가 많았던 미국에 비해 소형주택이 많았던 영국에서는 주택 내부 구조가 바뀌고 나서야 냉장고 구매가 늘어나기도 하였다. 효과가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이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은 다른 일인데, 모든 것이 함께 일어나면서 생활 전반이 바뀌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이 고생했을 거 같기는 하다.

전공이 돈을 버는 일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데다 마케팅에 대한 경험은 주류 회사 영업사원이 술집에서 광고에 나오는 새 상품을 주고 게임시키는 정도밖에 없는지라 이해도가 높을 수가 없는데, 코로나 시기의 경험과 비교하면서 책을 읽어보니 대충만 봐도 그 동안의 발전(?) 양상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결국 냉각 기술의 발전은 식품 보존 기간을 늘리면서 생활의 편의성을 높인 요소가 존재했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얘기할 수 있겠으나, 동일한 행동이라도 건강에서 아무런 이점이 없었던 방역이나 예방접종에 대한 홍보나 광고는 전부 사기라고 해야 한다. 특히 공적인 부문의 일은 목적을 가지고 해야하는데, 코로나가 감기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무슨 상품 홍보 하듯이 중국을 막을 것인가, 3T를 할 것인가로 논쟁을 만들면서 위기 상황에 자연스럽게 나타날 만한 행동들을 막은 것은 자신들의 홍보 외에 어떤 일도 한 것이 아니다.


정책에서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일들을 진행해야

지금도 마음으로는 병상제한이나 건강보험 재정 분리와 같은 일들을 밀어부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세상 일이 큰 일을 먼저 한다고 해서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진행하던 시기부터 과감한 제도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작은 일들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정도까지 싸움만 하고 있을 줄 몰랐을 뿐이다.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반환점이 될 수도 있다. 의사협회가 주장하고 있는 의료사고 조정에 공적 보험을 만드는 것은 방향이 명확한데다 반대할 만한 명분도 없다. 그 외에 여러가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만, 이미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어 있어 반대가 심각할 것이 명확한데 상황에 따라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건강보험 수가 조정과 같은 일들은 복잡한 일은 아니지만 온갖 논란과 갈등이 이어질 내용이 많고, 이미 많은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재정을 조정하는 일만으로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도 않는다. 지금도 여러 조직에서 하는 일도 없이 내가 더 잘한다는 홍보전략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뒤에서 조용히 진행할 일이지, 정부의 성과를 홍보할 일이 아니다.

국가 의료체계가 지향하는 바를 이야기할 때 다른 나라의 제도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언급되는 것이 독일이나 일본, 네덜란드, 대만, 캐나다 등 여러 나라를 이야기할 수 있다. 미국은 개별 사례는 참고할 수 있지만 보편적 의료보장이 아직도 안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 제도의 방향으로는 얘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이미 기본적인 제도는 대부분 갖추어져 있고, 병상제한이나 보편적 의료보장 등 분명하게 근거가 있는 내용들 외에는 현실 문제들을 해결해가면서 역사적 경과에 따라 국가 제도가 모습을 갖추어져 가는 것이지, 정해진 방법이 있을 수가 없다. 복지제도에서 National minimum 외에 근거가 명확치 않고 국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념적으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과제들을 진행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주요 제도를 직접적으로 도입할 것이 아니라면 정책 홍보는 자제해야 한다. 의료개혁을 얘기하니 의사가 건강기능식품 홍보를 하고, 이미 충분히 정립되어 있던 보건 제도를 비판한다. 논쟁을 만들어 이슈를 만들고, 내가 조금이라도 더 낫다는 소리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자본주의 사회의 생존 전략이지만, 공적인 제도를 만들거나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의료체계의 발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코로나 이후로 자기 조직에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은 봤어도 내부적으로 비난을 받으면서 공적인 제도를 이야기하는 행동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정치권과 의사 단체들이 협상을 시작하고 있다고 하지만, 직접적으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현 상황에서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론적으로 필요한 기본적인 제도를 직접 도입할 것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이론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로 마무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방향이 정해지는 순간부터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온갖 홍보전략이 나타날 것인데, 대충 잘했다고 해주고 지나친 칭찬은 해지 않는 것이 좋다. 공적인 일들이 현실에서 진행이 되어야 일들이 정리가 되는데, 하는 일도 별로 없는데 크게 칭찬하면 오히려 방해가 될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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