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은 스스로 해야

by 배상근

실손 보험을 전산으로 신청하도록 한다고 하면서 정책 홍보를 하니, 방송에서는 실손 보험 회사가 나와서 새로운 보험 상품을 홍보한다. 실손 보험 활성화가 공공 정책이 될 수는 없지만, 공공기관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얘기하지 않으면서 세부적인 관리방안이나 얘기하면서 관리를 한다는 듯이 얘기하고 있고, 보험회사는 중요하지도 않은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실손보험이 주요한 보험 기능을 한다는 듯이 홍보를 하고 다닌다. 감기약도 품귀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전산화가 이루어져서 의원들의 진단과 처방이 전달되면, 자본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 분명하면서도,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한 일이라 오히려 병의원들의 소통과 협력이 늘어날 수도 있는데, 결과는 알 수가 없다. 더 심하게 얘기하고 싶지만 대충 넘어가려는데, 이제 달라질 것도 없고 귀찮아서 말이지.

2000명을 내지르고, 온갖 정책 세부항목을 얘기하면서 마치 엄청난 개혁을 하는듯이 얘기하고 있는 복지부와, 여기에 편승해서 각 항목별로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 대학, 병원, 약국, 제약회사 등을 보고있으면 돈과 정치가 결합된 자본주의 사회의 웰빙정치가 어떤 보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병상제한과 같이 공개적으로 본질적인 제도를 도입하든가, 의료사고에 대한 보험제도, 의료광고 금지, 불완전한 의약분업 완비 등 비합리적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의료체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라도 시행을 해야 이 상황을 지나갈 수 있지만, 의대정원 증원 2000명을 내지르고는 온갖 세부항목을 이야기하면서 무슨 시장에서 상품을 팔듯이 정책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행동은 연금개혁 공론화를 진행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누가봐도 큰 차이가 없는 2가지 안을 만들어, 방송에서 토론을 진행하고는 마치 합의가 되었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1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이나 2안(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이나 단순한 숫자 계산에 가깝고, 노후를 보장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차피 제도를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면, 공적인 목적에 부합하도록 적정한 수준으로 보장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지도 않았다. 쟤들이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책에 참여하는 전문가 집단은 지식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사람의 행동이고, 지식은 시설이나 장비와 같은 자원에 가깝다. 지식으로 특정한 관점의 이야기로 정책을 꾸며주기도 하고, 현실 문제의 해결방법과 무관한 논쟁을 만들어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면서도 시장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연구결과는 훌륭하더라도 외부로 정책을 얘기할 때에는 온갖 통계와 수치를 내세우면서 시골의 규모가 작은 병원은 실력이 없다고 비난하지를 않나, 방송에 나와서 자신들이 잘하는 한가지 관점의 방법만을 강조하면서 현실 문제를 가리는 것이 현재 전문가 집단의 행동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집단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을 이야기하면 자신들이 속한 집단에서도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요즘은 누구도 그런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 행정부나 전문가 집단은 정책 상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인 거 같고,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저게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의료개혁을 얘기하려면 병상 제한이나 건강보험 재정 분리 등의 분명한 제도를 이야기했어야 했고, 개혁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면, 의대정원 증원 2000명을 말할 것이 아니라 세부 항목별 개선 과제를 한번에 이야기하면서 전체 방향을 분명하게 했어야 한다. 공공 정책을 추진하면서 온갖 이슈를 만들어 시장 상품을 팔듯이 하니 서로 자신들의 조직을 홍보하면서 공적인 일은 아무도 하지 않고,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빠른 시간 내에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

코로나는 4년을 끌고 있고, 의대정원 증원 2000명을 이야기하니 전공의나 학생들이 도망가서 1년을 버렸다. 더이상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인데도 아직도 세부항목을 툭툭 던지면서 논쟁이나 만들어서 이 상황을 지나가려 하고 있다. 마지막에 가서 각 분야별로 대규모 재정지원을 이야기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같은 일을 얘기하면 짜고치는 고스톱에 그야말로 코미디가 따로 없을 것이다. 이제 언론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말든지 아무도 관심이 없으니 대충 훌륭하다고 해줘라.

본인들이 싼 똥은 스스로 좀 치워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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