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이나 해야

by 배상근

의사나 간호사 등 병원에서 환자를 직접적으로 대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느정도 수준 이상으로 능숙해져야 한다. 급성기 중증환자 치료를 하는 의사들은 치료만 잘해주면 그런 일들이 조금은 덜 필요할 수도 있지만, 정신과 의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이 오기 마련이라, 능숙해지지 않을수가 없다. 병원 내 의료인 폭력은 가중처벌을 받고,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도 있지만, 그런 법률 규정은 사건이 터졌을 때나 살펴보는 것이고, 일하면서 그 이상의 능력을 갖추게 될 수밖에 없다. 고객응대근로자 보호를 위한 매뉴얼들이 병원에서 적용이 가능할 수가 없는데, 그런 거 살펴보고 있을 바에는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것이 낫다. 누가 머라하면 규정을 지켜주기는 하겠지만, 그러면 환자하고는 누가 얘기하나.

얼마 전에 대구지역 의과대학에서도 학생들 휴학을 모두 승인했다. 어제밤에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던데 의사협회나 서울 대학에서는 아직도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미 5-7월 정도에 올해 1년 간의 수련과 교육이 끝난 것은 다 결정되었는데 도대체 뭘 반대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겉으로는 필수의료를 외치고, 뒤로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파시즘을 얘기하면서 지역대학이나 병원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는데,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너희한테는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코로나가 터지든, 정부에서 의료개혁을 얘기하든, 어차피 권력과 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집단으로 뭉쳐서 앵무새처럼 외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인데, 너희한테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런 것을 보고 노예근성이라고 한다. 의사협회를 의사 권익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존중하기는 하지만, 이번 의료사태에서 일부 서울 대형병원 의사들과 의사협회 대표자들의 행동은 그저 민주주의를 가장한 파시즘으로 학생들이나 전공의들을 이용한 것이지, 의사 권익을 지키려고 한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보수적이라고 비판받을 수는 있으나, 저런 행동을 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이는 의사 전체가 아니라 일부 집단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특권을 지키려고 한 행동일 뿐이다.

의사가 되면 전공의 수련을 다 마치는 것이 유리한데, 이는 의사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경험을 보호를 받으면서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스스로 일정한 능력을 갖추어서 직업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고, 일반 노동자는 노동조합이나 법률로 보호를 받는 부분이 있겠으나, 누구나 처벌받는 폭력행사같은 일이 아닌 다음에야 법률로 보호를 받는 일도 없다. 대학 교수들이 보수적으로 보일 수는 있겠으나, 최소한 의사가 될 수 있도록 경험을 쌓고 필요한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해주는데, 다른 직업에서 이런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보수꼴통이든 진보 파시즘이든 정치적 사건으로 자기 능력을 기르지 못하면 의사 생활은 지속하기 어렵다. 예전에도 빨갱이로 몰아서 의사 사회에서 비판받은 사람들은 많았는데, 이번에는 보수 꼴통으로 비판받나. 어쨌거나 직업적으로 기본적인 일들을 하게 되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의사는 법률도 보호해줄 수 없고, 아무도 도와주기 어렵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 내년에도 안 돌아가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인데, 누가 머라하든 판단은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계엄령이 선포되었다가 해제되었던데, 밤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나보다 한다. 200-300명 사이의 병력으로 계엄을 제대로 하려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한밤 중에 일어난 일이라 혼란도 거의 없었던 거 같은데, 국방부 장관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려 하고 있고, 장관들은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야당의 목표는 검사들이나 감사원 등 사정기관 탄핵 사태는 쑥 들어가고 대통령 탄핵으로 바뀌었던데, 도무지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대통령 바뀌면 머가 달라지나.

그런데 대통령의 자질이나 능력은 어느정도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이제 검찰 등의 사정기관은 정치인들에게 사법적 기준을 적용하는 일에서 벗어나고, 야당이 대통령이나 부인 뒷조사나 하고, 사정기관 공무원들 탄핵이나 하는 사태에서 벗어나,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으로 바뀐 거 같기는 해서 국가 전체로 보면 상황이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통령이 탄핵되면 그다지 특별한 이유없이 특정 세력의 여론몰이에 의해 국가기관의 기능이 마비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미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먹고 사는데 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나, 아니면 현재 국가에 필요한 일들을 추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나.

얼마 전에 대전과 충남도 행정통합을 시도한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는 정치 권력이 너무 집중된 것이 이제는 문제로 작용하는 거 같다. 이미 교통이나 통신이 충분히 발달하고 기술 발달로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어, 오히려 권한을 분산해야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에도 더 용이하다. 경제학적으로 정치나 행정 구역의 적정한 규모에 대해서도 밝혀져 있겠으나, 코로나 이후에 나타난 여러 현상들만 봐도 더 이상 권력을 집중해놓으면 공적인 일들은 아무것도 진행하기 어려울 거 같다. 수도권은 경제 수도로 놔두고 국가 권한은 분산해야 최소한의 사회 질서도 유지되고, 이후의 국가 발전도 담보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번에도 언론과 야당에서는 온갖 법 규정을 들먹이면서 내란이니 탄핵 사안이니 하는 소리를 하고 있던데, 정치적인 행동이라고는 전혀 할 줄 모르는데다 권력과 자본의 노예인 저 바보들의 찌질이 짓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어쨌거나 누구라도 어디에 있든 밥값이나 하면 다행이다. 쟤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던데 니들이 언제 민주주의를 수호했냐. 진작부터 니들 밥값이나 제대로 했으면 이런 사태가 없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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