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상식아닌가

by 배상근

요즘은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소송이 일어나는 것은 일단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문제가 생겨야 하는데, 이는 병원에서 제공한 의료서비스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질병 중증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표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면 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요즘은 소송이 늘어나니 그냥 합의하고 끝내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이런 현상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의사관계가 악화되고, 급성기 치료를 하는 의사가 과감한 시도를 하지 않거나,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도 위험부담 때문에 큰 병원에 가야만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글로 쓰니 내용이 단순해 보이고 자료로 제시하기도 힘들지만,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환자 진료 내용에 있어서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의료사고 관련 소송이 늘어나고, 전문 분야가 발전하니 의과대학에서 의료법을 가르칠 때도 법학 관련 내용을 전공한 사람이 가르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법학 이론을 아는 것과 의과대학에서 의료법을 가르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의사는 법학 이론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 의료법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여기에서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법은 이론이 아니라 법률 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권한과 의무를 규정한다. 의사는 법률 규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도 알아야 하지만, 이러한 법률이 나타난 배경과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제도도 알고 있어야 하고,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개정이 필요하면 건의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료법을 가르치지만, 세부 내용은 병의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더 잘 아는데, 중요한 법률과 배경 지식만 알고 있으면 세부 내용은 필요할 때 찾아보면 된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번 계엄은 대통령이 탄핵당할 사유가 아닌데, 하도 말이 많아서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 공부할때 이후 처음으로 헌법 규정을 찾아봤다. 그런데 계엄 사유에 전시, 사변같은 것만 있는 줄 알고 있었더니,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도 있는데, 그러면 현행 법률 위반도 아니네. 일반적으로 세부적인 법률 규정은 찾아봐야 할지 몰라도 헌법은 대부분 상식적인 내용에 가깝고 나같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법률가가 친위쿠데타라는 말도 하지만 우리나라 법률 어디에도 그런 얘기는 없고, 이번 사건이 내란죄에 해당된다는 사실도 전혀 없다. 법률에 명시된 내용이 아니면 어떤 효력도 가질 수 없고, 법학 이론을 아무리 얘기해봐야 조금도 의미가 없다. 이건 그냥 상식인데.

언론이나 야당은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둥, 무속인이 관련되어 있다는 둥, 탄핵 사유에 해당할 만한 카더라 통신을 여러가지 얘기하고 있다. 어쨌거나 생중계로 지켜본 과정에서 국회 창문을 깬 것 외에 폭력사태는 없었고, 국회 의결로 계엄은 종결되었다. 대통령은 체포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었다고 하고, 현장 지휘관은 150명이 넘으면 안된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하고, 일부 군 지휘관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하기도 하는데, 진술이 엇갈리기도 한다. 어쨌거나 탄핵 사유인지는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언론이나 야당이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판단도 못할 거라고 보는지, 저러고 있는 것은 코미디이다. 코로나 때 감기를 에볼라로 만들어서 정치놀이를 해보더니, 집단 분위기만 조성하면 여론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처음부터 어디까지나 이번 계엄의 결과는 오로지 정치적 결과로만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야당이 스스로 대통령의 결과를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국회에서 한 발언으로 처벌받지 않으니, 군대를 불러서 국가 주요 정보를 다 유출하고, 경찰 수사본부장을 불러서 자신들이 수사내용을 다 보고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 노출하고 있다. 국회에서 말하는 내용은 처벌받지 않더라도, 국회의원에게 국가 비밀을 노출하고 수사 내용을 노출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이 될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데, 결과가 어찌되든 대통령의 계엄은 정치적 결과로 국민들이 판단하거나,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지금은 야당이나 언론이 헛소리를 하면서 알아서 정당화를 시켜주고 있다.

어디 언론이나 야당 뿐인가. 이 지경까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떤 일들을 우선적으로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바뀌든지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처럼 사실 관계도 상식도 없고, 매번 누구 탓이나 하면서 집단적인 이익 관계에 따라 여기로 우르르 저기로 우르르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는 나라가 곧 망해갈 지경이다.

이제는 더이상 할 내용도 없다. 탄핵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할 것이고, 정치는 정치인들이 할 것이다. 그저 일상으로 돌아가서 내 일이나 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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