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서로이웃' 기능이 아닐까. 요즘 인스타 스토리에 '친한 친구' 기능처럼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나는 가끔 이웃 공개로만 내 어두운 이야기를 썼고, 종종 응원과 공감을 받았다.
비록 랜선 인연이기는 하지만 자주 교류하다보면 블로그 이웃의 소식을 친구 소식보다 더 많이 접한다. 아. 이 분은 요즘 취업준비를 하느라 블로그를 잘 못하는구나. 이 분은 육아 블로거인데 애기 많이 컸네 귀엽다. 이 분은 결혼 준비하시는구나. 등등 생각보다 사소한 것들까지 알게되는 경우가 있다.
그 중 한 이웃은 나에게 약간 특별한 존재였다.
희귀한 병을 앓고있는 분이셨는데, 항상 긍정적인 글을 쓰셨다. 아픈 사람은 본인의 아픔에 다른 사람들 아픔까지 돌아보기 힘든데. 정말 강한 마음을 가진 분이구나. 멋있네.
그렇게 그 분이 예전에 처음 병을 진단받았을때부터 지금까지 써온 투병일기를 정독했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아픔과 절망, 그리고 다시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있었다. 괜히 눈물이 맺혔다. 댓글이 많길래 읽어봤더니 그 투병일기를 보고 힘을 얻는 사람들을 봤다. 나의 사소한 기록이 누군가에게 정보를 주고, 희망으로 다가갈 수도 있구나.
내가 블로그에 약일기를, 브런치에는 불안장애와 함께살기 매거진을 쓰게된 계기이기도 하다.
보통 관심없는 글을 쓰면 아무리 이웃이라도 제대로 끝까지 안읽는 경우가 많다. 미혼인 내가 아기 용품 리뷰를 꼼꼼히 읽는건 꽤 지루한 일이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분의 글을 사소한 일상글까지도 끝까지 정독하곤했다. 나중에는 이 사람 이번주에는 감을 엄청 자주 먹었네. 감이 그렇게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몇 달 동안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다보니 나와 같은 또래에, 비슷한 전공을 가지고, 비슷한 일을 하고있다는 것을 알았다. 신기하네. 이 바닥 좁은데 언제가는 한번 보려나. 하는 생각도 했다.
연말 연초에 가족여행을 떠났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그의 블로그에는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예전에도 입원을 하거나 증세가 안좋아지면 일주일 이주일씩 소식이 없었기때문에 이번에도 그러겠거니 했다. 나도 회사 일로 바빠서 블로그를 잠깐 쉬고, 여유가 생겨서 다시 블로그를 들어가봤다.
3주정도의 시간동안 누군가는 프로포즈를 받기도, 누군가는 출산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기다리던 그 분의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하다. 보통 쉬다 오시면 일상글을 하루에도 몇개씩 올리셨는데.
닉네임을 검색해서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일주일 전에 글이 하나 올라와있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는 제목의 글.
내가 생각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길 바라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클릭했다.
글쓴이는 먼저 그 분의 가족이라 밝혔다. 나처럼 그 분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분이 평소에 블로그를 소중히 생각했기에 글을 쓰게되었다고. 글에는 내가 가장 생각하고 싶지않았던 내용이 쓰여있었다.
이 글을 작성하기 3일 전에 그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
떠난 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잘 지낼거라고 믿는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셨다.
아. 결국 떠나셨구나.
얼굴 한번도 본적없는 사람인데, 소중한 친구 하나를 읽은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내가 쓰는 약일기에 매번 잘 될거라고. 나을 수 있다고. 응원해주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내 우울을 본인 일처럼 아파해주던 사람인데. 더 이상 당신의 따뜻한 댓글을 볼 수 없다는게 마음이 아파 엉엉 울었다.
당신의 바람과는 달리 저는 아직 불안과 우울을 안고 지냅니다.
당신은 그 곳에서는 잘 지내시길. 아프지 않으시길.
꼭 언젠가 다시 만나서 못다한 서로의 일상을 나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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