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가족 단톡방에 알 수 없는 내용의 카톡이 올라왔다.
아빠가 MRI 결과는 이상이 없고 다른 검사를 위해서 입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뭔 소리야 이게?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평소보다 더 까끌까끌한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나에게 엄마는 아빠가 등산을 갔다가 쓰러졌는데, 아빠 친구들이 심폐소생술하고 119를 불렀다고 했다. 심폐소생술? 그냥 기절한 게 아니라 심정지가 왔다고?
질문할 내용은 100개가 넘는데, 일단 하나만 물었다.
그래서 아빠는?
아빠는 지금 자고 있다고. 아 다행이네.
지금 정신이 없어서 나중에 다시 전화한다는 말을 남기고 엄마는 전화를 끊었다.
내려가 봐야 하는데. 동생들한테 전화를 하니 아무도 받지를 않았다. 음. 나 형제들 사이에서 왕따인 것 같기도 하고.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내려와 봐야 하지 않냐고 했다. 맞아 내려가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가기가 조심스러웠다. 아빠가 퇴원하면 맞춰서 내려가야겠다. 이럴 때는 타지에 홀로 있는 게 더 불안하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엄마는 막냇동생을 챙기러 집에 가고 있다고 했다. 아마 지금 아빠 일어나 있을 테니 아빠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응 그래.
오랜만에 들은 아빠의 목소리. 많이 야윈 느낌이었다. 분명 몇 주 전에는 괜찮아 보였는데.
아빠는 하루 더 입원해서 몇 가지 검사를 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나는 아빠가 퇴원하는 날 내려가겠노라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는 왕복 교통비가 얼만데 굳이 오지 말라 했다. 아니. 그래도 가야겠어. 안 가면 내가 후회할 것 같아서.
집에 내려가기 전, 시간을 내서 다녀온 상담에서 선생님은 아빠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했다. 편지를 쓰는 것도 좋고 카톡을 하는 것도 좋고. 어린 시절에 아빠가 나를 심하게 혼낸 것에 대해서 사과해달라고.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다.
이번에 집에 내려가서 만난 아빠의 모습은 많이 지쳐 보였다. 괜히 저번보다 팔도 얇아진 것 같고. 얼굴빛도 안 좋은 것 같고.
아빠랑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아빠는 퇴원하고 바로 일을 하러 나갔다. 코로나 때문에 지난 몇 달을 쉬었기에 취소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괜찮다 서울 조심해서 올라가라 하고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괜찮지 않았다.
대신에 엄마랑 많은 이야기를 했다. 몇 주 사이에 집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5년 넘게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고,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전세 계약금으로 밀린 카드값과 이자를 내고 나니 얼마 안 남았다고. 그럼 이사는 어떻게 가려고? 어쩔 수 없지. 잠시 월세로 살아야지. 서글프네.
그래도 아등바등 잘 버텨왔는데. 그 작은 바이러스 때문에 세 달 동안 일이 하나도 없었단다. 하긴 먹고살기 힘들 때 누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겠어. 다들 어렵다는데 우리만 어려운 거 아닐 거야. 와중에 엄마는 전세계약이 끝날 때쯤에는 집값이 올라서 집을 팔아버리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래. 그러면 정말 좋겠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
아빠한테 카톡으로 주절주절 길게 남기려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아니다. 아빠 얼마나 더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젠 기억도 잘 안나는 어린 시절은 그냥 마음 뒤켠에 묻어두자.
아빠 안녕! 나 다음에 또 올게 아푸지마
짧은 답장이 왔다.
너도 항상 건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