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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사이드B May 26. 2023

인간들 모두 까기,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나.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열세 번째

정말로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는가? 

내 인생에서 가장 친했던 이성인 친구(십삼)를 소개하고 싶다.


내 친구의 무리와 그의 무리는 중 3 때부터 굉장히 가까워졌다.

우린 학원도 같이 다녔고, 학원을 그만둔 후에도 매일 밤마다 

동네 뒷산에 올라가 배드민턴, 농구, 축구 등을 하며 놀았다.


물론 첫 질문이 무색하게도 내 친구는 십삼을 좋아하고 있었고,

끊임없는 구애에 둘은 연애를 했다.

십삼이의 친구인 다른 아이도 나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해 

결국 친구였던 우리들은 2:2의 데이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건 어린 날의 놀이로 치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장난처럼 사귀다 헤어진 우리는 그 이후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 만나지 않다가

스무 살 때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십삼과 나는 그중 특히나 친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서로에게 이성적인 매력은 전혀 못 느끼지만

인간적인 매력은 충분히 느끼고 있어 좋은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우리들은 빛나는 패기와 어설픈 사회생활에

서로 위로도 하고 조언도 해주며 친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특히 이성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이런 거까지 말해도 되나 싶은 것까지

아무렇지 않게 조언을 구했고, 

이성이기 때문에 완벽에 가까운 대답을 해줄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십삼이는 내 다른 친구와 연애를 했고, 

난 그들이 사귈 때나 헤어질 때나 묵묵히 친구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

가끔씩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대응하는 다른 친구들의 얘기에

나는 홀로 열심히 반박하며 십삼이를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했었다.


사실 최근까지 난 남녀 간의 친구는 무조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서로에게 이성적인 관심 1도 없이 좋은 친구로서 존재하는 건 분명히 가능하다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확정적으로 말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의견이 약해진다.

나와 십삼은 100% 친구였지만

내가 만약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십삼과 내가 서로의 친구를 사귀지 않았었다면

우린 정말 조금의 이성적 관심이 없었을 수 있을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딱 한 번 내가 이 친구에게 아주 잠깐 설렜던 적이 있었다.

둘이 밤새 술 마셨을 때도 아니었고

여행 가서 바로 옆에서 잘 때도 아니었다.

어느 날 약속 장소를 같이 가고 있었는데,

그 해의 첫눈이 내렸다.

마침 난 외로웠고, 내 옆에 십삼이가 있었다.

그때 손이 잡고 싶긴 했었다.

정말 맹세코 그때 한번뿐이었다.


우리는 어느 날 서운함이 터져 싸우고 난 후 더 이상 보고 있지 않다.

마지막 남은 내 이성인 친구까지 잃었다.

십삼이 남자건 여자건 어린 날부터 같이 시간을 보낸

내 세상의 동반자를 잃는 것은 너무나 아프고 속상한 일이다.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던

내 자부심 십삼이가 조금은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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