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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사이드B May 27. 2023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30대 초반의 남자.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열네 번째

사람의 나이만큼 상대적인 게 있을까.

내가 10대일 때 바라보는 10대, 20대, 30대, 40대.

내가 20대일 때 바라보는 10대, 20대, 30대, 40대.

내가 30대일 때 바라보는 10대, 20대, 30대, 40대.

그리고 내가 50대가 됐을 때 돌아보는 10대, 20대, 30대, 40대.

새로운 인류를 보듯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바라본 30대는 정말 어른의 나이였다.

그들은 이미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도 있고

철도 든 어엿한 성인의 모습.

그래서 유독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었다.

30대이면서 성인이 되지 못한 듯 보이는 안타까운 사람.


대학생 당시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알바를 할 때였다.

프랜차이즈 카페였고 점장이 있었으며, 점장의 친구(십사)가 직원으로 일을 도와주고 있는 곳이었다.

그들은 왜 친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비슷했다.

온순하고 순박하고 욕심이 없는 사람.

어떻게 보면 삶의 의지가 없는 사람.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었기에 그런 사람한테 더 애정이 간다.

금방 친해진 나는 나이 차이는 신경도 안 쓰고 친구가 되려고 했다.

알바가 끝나고 당구를 치러간다거나 술을 마시며.


어느 날, 점장이 결혼을 하면서 자신의 점장 자리를 십사에게 넘겨줬다.

십사는 얼떨결에 받은 점장 자리에 적응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워낙에 모질지도 못하고 일머리도 없는 십사는 늘 힘겨워했다.

한 번은 음료를 손님의 옷에 쏟은 적이 있었다.

그 손님은 불같이 화를 내며 옷 비용까지 물어달라고 진상을 부리기 시작했다.

젊은 여자의 패악질에 그는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 하며

옷값을 그대로 주고 말았다.

또, 오래 일했던 알바생이 가게 돈을 몇 번이나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어떠한 화도 없이 조용히 달래기만 했다.

그때 그 죄를 지은 알바생의 승리의 미소가 기억에 난다.

죄를 지은 사람은 웃고, 당한 사람이 울고 있었다.


나는 그 당시 십사를 보며

왜 그 나이가 되도록 그는 모질지 못하고 여전히 세상에 휘둘리고 있을까 궁금했다.

솔직히 말해 안타까웠다.

마치 패배자인 듯 생각했나 보다.


그리고 그 나이대가 된 지금,

십사가 생각나는 이유는 분명 이것이겠지.

동질감.


30대는 여전히 어리다.

세상을 알기엔 우린 너무 여리고,

당장의 아픔을 치유하고 넘어가기엔 지금 삶이 너무 무겁다.

익숙해질 듯 새로움의 연속이고

꿈과 희망은 여전히 꿈과 희망이다.


나는 그의 연약한 모습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인 걸 이제는 안다.

그의 무심함, 세상을 다 산듯한 피곤한 표정,

더 이상 사람에 기대를 걸지 않는 허무함이

그 나이에 가질 수 있었던 모든 것이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십사는 지금 40대의 삶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부디 행복하길 바란다.

내 40대의 모습도 그런 모습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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