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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사이드B May 28. 2023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이혼한 워킹맘.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열다섯 번째

여자에게 자기 아이가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 사람은 아이로 인해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나는 예전부터 느끼지 못한 이 감정을 나이가 들면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주변에 아이가 있는 oo맘들을 보며 더 이해할 수 없게 됐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도 아직까지 잘 지내고 있는

한 대리님(십오)을 말하고자 한다.


첫인상은 많아봤자 30대로 보이는 어여쁜 사람.

긴 머리 웨이브를 가진 십오는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었다.

다만 자신의 나이를 공개하는 거에만 유독 예민했는데

나이를 듣자 그 반응이 이해가 됐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동안이었던 것이다.

그러고는 아들이 있다는 말을 하는데

그제야 보이지 않던 눈가에 주름이 보이는 것은

새로운 사실을 납득하기 위해 찾아낸 증거라고 하면 너무 못된 걸까?


어쨌든 대리님은 항상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성실함을 가진 직원으로서

주변 다른 직원들도 잘 챙기며

가끔씩 자신의 말 안 듣는 아들에 대해 분통하는

그저 평범한 워커 맘이었다.


좀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자면, 

주변 사람들을 욕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그만큼 남들에게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눈치를 많이 보고

다른 사람의 사소한 언행에 많은 의미 부여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 


나는 그런 십오가 가끔씩 불안해 보였고 외로워 보였다.


퇴사 후 처음으로 단둘이 만나 북촌 한 카페에서 얘기를 나눴다.

십오는 굉장히 큰 비밀을 말한다는 듯 조심히 나에게 얘기를 꺼냈다.

사실 이혼하고 현재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나는 이혼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안 가질 거 같아서 너에게만 말한다고.

그는 이혼녀에 대한 본인 스스로가 굉장히 큰 편견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옥죄어 있는 듯 보였다.


나는 요즘 세상에 그런 건 큰 흠이 아니라고, 전혀 놀라지 않았고 괜찮다고 연거푸 말했고

그는 조금씩 미소를 찾았다.

나는 헤어진 이유가 궁금하지도 않았고 물어보면 더 불편해할 것 같아 

그저 그의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삶에 대해 들어줬다. 

그제야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십오가 

아들이 학원을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화를 냈던 것이 조금은 납득이 됐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조금은 독하게 말했다. 

이혼을 했다고 안 좋은 시선을 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

자식에게 자신의 인생을 전부 다 갖다 바칠 필요는 없다.

이혼한 워킹맘은 이래야 한다는 공식은 없지 않은가?


남의 이야기라 내가 쉽게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정한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

하지만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이건 나도 이 삶은 처음이지 않은가.

매번 깨지고 부딪히며 강해지는 거지,

연약한 모습을 감추려고 이 악물고 살면 입술에 피만 나오지 않을까.


난 여전히 아이를 가진 엄마의 마음을 이해 못 한다.

다만 그들이 자신을 좀 더 당당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은

이번 생은 처음이기에 우리는 모두 어설프다는 것을.

나도 내 부모에게 완벽한 사랑을 받고 크지 않았고,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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