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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사이드B May 19. 2023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호스트바+룸싸롱 출신

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여섯 번째

나는 아르바이트 만랩이다.

편의점, 카페, 노래방, 빵집, 호프집, 당구장, 스키장, 사진사 등 

남들도 다 해봤을 알바부터 특이한 알바까지 

대학 생활 내내 꽤나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그 경험으로 인해 더욱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아마 내가 앞으로 소개할 사람들 중에 알바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도 꽤나 나올 수밖에 없을 이유다.


오늘은 노래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사육(가명)을 말하고자 한다.

경기도에 어느 산 좋고 물 좋은 외곽에 잠시 살았을 때에

나는 시장 거리에 있는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곳은 경기도 외곽에 시장 거리에 있는 노래방치고 고급 전략을 가져갔기 때문에

고급 인테리어에 공짜로 주는 팝콘으로 가족단위나 학생들이 주 고객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호탕한 술쟁이 사장님과 직원 사육과 마치 가족처럼 시간을 보냈다.

노래방 알바는 손님이 들어오면 방을 안내하고 시간과 팝콘을 넣어주면 되는 일로

그 외에 시간은 팝콘을 만들거나 노래방 룸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거나

사장님과 사육과 술 한잔하고 있으면 되는 꿀 알바 중 꿀 알바였다.

물론 술 취해 온 진상들이 부리고 간 난장판을 치우는 일을 제외하면.


나중에 이 호탕한 사장님을 소개하는 날도 올 수 있겠다.

우선 사육이를 말하자면,

첫인상은 굉장히 과묵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자신만의 기준에 통과했는지

점점 수다쟁이가 되어서 일하는 내내 종알종알 대화를 하며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사육은 나에게 과거 사진을 보여주면서 호스트빠 출신이었다고 말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젊었던 사진을 보여주며 그때의 영광(?)을 추억했다.

나는 당시 호빠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므로

그가 직접 들려주는 호빠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로 호빠를 인식했고,

그래서인지 사육의 특이점들이 이해가 되었다.


그는 노래를 잘 했고, 매일 술을 마셨다.

오래된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자기를 따라다니는 다른 여자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 손쉽게 벌었던 큰 액수의 돈을 그리워하며

지금 푼돈을 벌기 위해 별거 아닌 이 일을 굉장히 성실히 임한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소개할지 모를 과거 룸쌀롱 출신이었던 OO과 사육이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굉장히 성격이 좋고, 현재 일에 성실하다.

그들은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며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

그들은 매일 술을 마시지만 여전히 몸매가 좋다.

그들은 이성과의 관계를 절대 놓을 수 없다.

그 일을 후회하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했다.


갑자기 그들을 옹호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룸싸롱 출신이었던 여자와 호빠 출신이었던 남자를 좋게 인식하는 경우는 잘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들을 직접 겪었고, 나한테 룸싸롱과 호스트바는 곧 그 사람들로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그것들에 대해 반감이 덜 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어쨌든 그 알바를 하는 동안 사육과 같이 일하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내 인생에 처음으로 오토바이도 타면서

재밌게 지냈고 알바를 그만둠과 동시에 그 인연은 끝이 났다.


난 세상이 욕하는 것들에 대해 문제의식이 별로 없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이면의 모습들을 더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사고방식은 아마 내 인생의 주변 인간들 덕에 쌓여 온 결과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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