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인간들 모두 까기 여덟 번째
뜻하지 않았던 호의
이유 없이 보인 관심과 환대
이것들은 낯가리는 나에게도 상대방에게 긴장을 풀게 하는 마법이 된다.
학교 첫 수업, 아르바이트 첫 시작일, 직장 첫 출근 날 등
우리는 어떠한 단체에 들어가 처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무수히 많다.
그럴 때 절대 먼저 말을 걸지 않고 조용히만 있는 내게
감사하게도 항상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줬다.
내가 편안한 인상이라 다가온 것일 수 있고
단지 가까이 있기 때문에 다가온 것 일 수도 있고
그들도 내가 필요했기 때문에 다가온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성 간의 첫눈에 사랑에 빠진 느낌처럼
인간관계에서도 첫눈에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 싶은 순간이 있는 듯하다.
처음부터 날 좋게 봐줘 끊임없이 어색해하는 나에게 끊임없이 들이대
결국은 친해지는 사람들의 부류가 있다.
오늘 소개할 사람은 회사 직장에서 만난 동갑내기 사팔(가명)이다.
그 회사에서 나는 나와 팀장만이 서울에 직장을 두고 다녔고,
본사는 타지에 있었기 때문에 타 부서 사람들을 만난 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 우리 팀은
본사 사람들을 불러 한곳에 만나 촬영을 진행했다.
그곳에서 사팔이를 만나게 됐는데,
사팔이는 처음 본 그날부터 나에게 들이대기 시작했다.
자기 일에 몰두하는 내 모습이 멋있다나 뭐라나.
끊임없는 구애에 나는 그와 둘이 만나 술을 마셨고
그의 엄청난 인싸력은 나의 빗장도 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인싸력은 집착에 힘을 보탰는데
회사 사람들에게 내가 좋다는 얘기를 틈만 나면 하는 바람에
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다 알 정도였다.
언제 한 번은 얘가 나한테 고백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던 적도 있었다.
다행히 사팔은 오래된 연인이 있어서 그런 오해는 초장에 하다 말았다.
그 회사를 관두고 나서도 사팔과 나는 자주 연락은 하지 못했지만
어느 한 날은 그냥 만나러 갔다가 급 당일치기로 스키장을 갔다 온 적도 있을 정도로
가끔씩 만나는 어느 날 무리할 정도로 잘 놀았다.
사실 이 관계는 사팔이 진작에 손을 놓으면 사라질 관계이다.
나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호의를 베풀고 우정을 나눠준 고마운 사람들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지 못해 놓친 경험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팔은 잊혀질 때쯤 연락해 왜 연락을 하지 않냐며 혼을 내고
반드시 만나는 날을 잡고 사라진다.
그럼 나는 또 그날을 기다리다 만나 재밌게 놀았다.
사람과의 인연은 결국 누구 한 명의 노력만으론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노력이 조금 더 할 수 있다.
이제는 내가 조금 더 노력하는 사람이고 싶다.
지금 와서 후회되는 것은 내가 놓치면 안 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보내왔다는 것이다.
사실 간절한 건 나였는데.
내가 더 사랑하는 만큼, 내가 더 감사한 만큼
내가 움직여야 된다는 것.
그럴 수 있도록 당당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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