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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바오 Mar 26. 2024

둘째의 손 편지

가족

내가 중국으로 떠나는 날 가족들은 모두 나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버스 타는 곳으로 나왔다.

공항도 아닌 버스 타는 곳에서 5명의 가족이 배웅하는 광경도 볼만했다. 아이들 등교도 그렇지만 제일 큰 이유는 아내가 고속도로 운전을 아직 못 한다. 아내는 운전할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다. 마트, 도서관, 애들 학원 정도로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출발하기 전 한 명씩 안아주고 인사를 하는데 둘째는 "아빠. 이거 나중에 비행기에서 봐"라는 말과 함께 편지를 주었다. 


둘째가 눈에 밟혔다. 

우리는 첫째부터 3살, 2살 터울로 둘째는 이제 초등학교4학년이다. 세명 아이를 키워본 분들은 이해하겠지만 둘째 육아는 뭔가 모자란 듯하다. 첫째 가르치느라 둘째는 손이 덜 갔고, 이제 좀 가르치고 사랑을 주려 했더니 셋째가 태어나 돌보느라 신경을 많이 쓰지 못 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세명 중 유독 둘째는 사랑과 인정 그리고 믿음을 갈구하는 것 같다. 


손 편지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둘째의 손 편지


아빠 중국 가면 우리 생각하지 말고 일에 집중해 그리고 나를 보물같이 생각해 줘서 고마워 

아빠가 갑자기 중국을 간다고 하자 생각이 들었어, 평소 내가 아빠에게 100%의 10%도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해 적어도 20%는 잘해주었어야 하는데 나 때문에 아빠가 힘들어하는 것은 생각 안 했었어

마지막으로 나의 다짐은 나중에 내가 아빠처럼 어른이 되었을 때는 아빠처럼 멋진 아빠가 될 거야. 

-아빠의 두 번째 보물 유건이가-


중국으로 가는 기내에서 편지를 읽는데 눈시울이 붉어졌다. 평소 잘 표현을 하지 않고 장난기가 많은 둘째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 장난의 행동들이 꼭 자기를 봐달라는 듯 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런 줄 몰라서 미안했고, 언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자랐는지 놀랐다. 

아침에 급하게 쓴 삐뚤빼뚤 손 편지가 한 편으로 뿌듯하면서도 미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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