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마라톤 참가
뜨겁던 여름이 지나갈 듯 말 듯 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새벽과 밤공기의 변화를 제일 민감하게 느끼는 시기인 것 같다. 살 같아 느껴지는 온도가 달라지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 가을이 오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은 변화무쌍한 날씨다. 먹구름이 끼었다가 금방 해가 나기도 하고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한다.
이번 주말은 마라톤 대회가 있는데 전 날까지 비 예보가 있어서 걱정이다. 예보가 틀리기를 바라면서 기다렸다. 시간은 가고 대회 전 날 밤 여전히 비는 계속 내렸다. 요즘 관측 장비가 좋아진 건지 날씨 예보의 정확도가 높아진 것 같다. 당장 몇 시간 뒤면 대회 날 아침인데 장대비가 계속된다.
새벽 5시 반 눈을 떴다. 날씨 예보가 맞다면 비가 그쳐야 한다. 창밖을 보니 비가 그쳤다. 예상대로 정확도가 높아진 건 장비빨 인가. 대회 시작이 아침 8시이다. 최소한 1시간 전에는 도착해서 짐 맡기고 몸도 풀어야 한다. 화장실도 들리려면 시간이 없다. 아침을 먹고 서둘러 출발했다.
서울시청 광장이 출발이라 지하철을 이용해서 갔다. 도착시간은 7시 40분 늦었다. 화장실과 짐을 맡기고 나니 시간은 8시가 되었다. 준비운동 할 시간이 없어서 출발 대기자들 뒤에서 조금씩 몸을 풀었다. 코스가 서울 도심이라 그런지 참가자들이 많다. 항상 느끼지만 대회 시작 전은 조금 흥분되는 느낌이다. 평소 혼자 연습하다가 많은 인파 속에서 함께 달리는 경험은 자주 하지 못 하는 경험이라서 그런 것 같다. 10킬로와 하프 두 가지 코스이고 나는 하프에 신청했다.
스타트 라인에서 울리는 카운트에 맞춰 수천 명이 출발을 하였다. 초반에는 사람들이 많아 빨리 가려고 해도 힘들다. 물론 초반부터 스피드를 올려가며 앞으로 치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괜히 흥분감에 휩싸여 초반에 빨리 뛰다가는 나중에 퍼지고 만다. 그런 예견된 실수를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끔 대회기분에 취해 몸이 실수를 하기도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이건 몸으로 겪어봐야 알 수 있다. 초반 속도가 빠르면 중반부터는 다리가 무겁고 숨은 차서 걷게 된다. 그렇게 한 번 걷게 되면 다시 달리기가 어렵고 반복해서 걷고 뛰게 된다. 결국 그 대회를 준비했던 연습 시간이 무색하게 된다.
새벽까지 비가 내려 시원할 줄 알았는데 아침 해가 뜨고 날씨는 더워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습하고 온도가 높아서 쉽게 지칠 것 같다. 지난여름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는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다. 12~13킬로가 지나서부터 조금씩 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목이 말라 급수대가 나오기를 목이 빠져라 쳐다보면서 달렸다. 앞 뒤에서는 힘내라는 응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팔을 흔들려고 해도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15킬로가 지나면서는 주위에서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을 보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서 '조금 더 뛰어 1킬로만 더 뛰자, 아니야 조금 걸어도 돼'라고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17킬로가 지나고 18킬로가 지나고 점점 끝이 보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걷지 않고 뛰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시작과 끝은 오직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것도 대회시간에 맞춰 달리기 시작한 것도 나 자신이다. 이제 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하는 결정만이 남았다. 지금 달리다가 걸어도 된다. 걷기도 힘들면 드러누워도 된다. 그런데 이 정도로 걷기에는 그동안 연습하면서 흘린 땀과 시간에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혼자 연습하던 장소 더운 여름 온몸이 땀에 젖어 옷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던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20킬로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 마지막 1킬로, 저 멀리 피니쉬 라인이 보였다. 마지막 힘을 내서 달렸고 결국 달려서 끝을 내겠다는 결정을 잘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