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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Jul 07. 2021

심리적 마지노선

시골에서 코딩 클래스는 얼마를 받아야 할까


  2020년 8월 30일 퇴사했습니다. 이제는 4학년이 된 결군, 마흔두 살이 된 아내님과 함께 시골에서 서로 돌보는 중입니다. "나는 직업인이 되고 싶습니다"에 기록 중인 글들은 직장생활만 하던 마흔네 살의 개발자가 직업인으로서 홀로서기 위한 여정을 담은 글입니다. 여전히 소소하게 현재 진행형이고요. 홀로서기로 큰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적당히 벌어 잘 살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서 더욱 소소합니다.  






 나와 달리 손재주가 좋았고 무엇보다 한번 시작하면 묵묵히 이어나가는 아내였다. 마크라메, 도마, 켈리그라피 등 한번 시작하면 쉬이 멈추질 않았다. 일정 수준의 실력에 이르자 마크라메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했었고 양평의 플리마켓에서 판매를 하기도 했었다. 아내의 작품들을 차에 싣고 결군과 함께 하는 마켓은 우리에게는 또 다른 가족 나들이였다.


 마켓을 진행했던 아내가 줄곧 이야기하던 부분이 있었다. 적절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모두 수작업으로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것들이기에 최저시급을 적용해서 가격을 산정한들 심리적 마지노선(?)에 해당되는 특정 가격선을 넘어가면 판매가 어려웠다. 원하는 가격에 팔지 못하는 공예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결이고운가의 마당에 무지개가 떴다


 일주일에 1회 1시간 30분, 코딩 클래스를 진행하며 한 달에 얼마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나에게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서는 수업료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내는 안되더라도 적절한 수업료를 받으라고 말해주었지만 한 명도 오지 않을 거라 지레 겁먹었던 나는 우선 채우고 보자는 식의 생각이 먼저였다. 결정된 수업료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클래스당 4명씩 인원을 채우면 시간당 인건비는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이때는 클래스 당 4명을 채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 못했고 4명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중간에 이탈하는 학생이 있다한들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달랑 2명으로 c언어 클래스를 운영하던 어느 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이 왔다.


"두 명 더 추가할 수 있나요?"


 2명에게 C언어를 가르치며 중학생에게 좀 어려운 언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었고 파이썬 클래스를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두 명을 더해 총 4명으로 구성된 파이썬 클래스는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마이크로 비트, 아두이노, 파이 게임, 등등 초반부터 문법적으로 접근하다 중도 이탈하지 않기 위해 체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피지컬 프로그래밍으로 시작했다. 마이크로 비트를 사용하여 PBL(project based learning) 커리큘럼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결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이 결과들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파이썬 문법들을 선별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마이크로 비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스네이크 게임으로 정했다. 뱀을 그리는 것부터 몸이 늘어나고 소멸되는 모든 과정에 필요한 문법들은 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수준의 문법이라 생각했고 예상대로 잘 따라와 주었다.


결이고운가의 초저녁

 4명으로 시작한 파이썬 클래스는 학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문법에 들어가서도 빨리 결과를 도출하고 싶다는 적절한 동기가 부여되어 학생들은 스펀지처럼 빠르게 흡수했다.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30분씩 스터디 카페에서 진행하던 클래스를 약간의 사용료를 주고 양평의 작은 사진 스튜디오로 옮겨서 진행하기로 했다. 클래스가 5주 차에 들어설 때쯤 기존 클래스의 학부모를 통해 3명의 학생들이 배우기를 원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양평과 같은 시골에서는 지역 온라인 카페를 이용해 홍보하는 것보다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통한 홍보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적 싼 수업료에 클래스를 진행하다 보니 4명이 구성되어야만 시작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웠었고 한 명 더 추가되기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3명으로 한 클래스를 더 운영하게 되었다.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만 이렇듯 너무 쉽게 깨졌다. 한번 시작한 클래스는 중간 이탈자가 발생해도 멈추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미쳐 알지 못했다. 


 이렇게 나는 총 7명 두 개의 클래스를 운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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