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퇴사록

퇴사 후, 전 직장에서 들려오는 소식

어떤 불행은 나를 지탱하는 힘의 일부로 작용하고 있었다.

by 우노


오랜만에 전 직장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와 같은 팀에 있던 한분이 점심먹으러 가는 길에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갔었다는 소식이었다. 다행히 며칠 후에 퇴원하고 출근을 했다고 한다. 매일같이 밤11시 12시까지 야근하는 이분을 보며 "그러다가 정말 쓰러지십니다"라고 몇번 이야기를 건넸던 기억이 난다. 나 또한 퇴사 3개월전 인도의 한 허름한 호텔에서 새벽3시까지 일하며 흘러내리는 코피를 보며 '이러다 정말 죽을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으니 말이다. 작년 말 전 직장에서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일반적인 배당율보다 높게 말이다. 배당이 이루어졌다는 건 수익이 발생했고 그 수익을 주주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직원들에겐 성과급 지급계획이 없이 배당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웅성거리자 회사는 이틀후에 갑작스럽게 소정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해프닝(?)을 일으키기기도 했다. 소식을 듣고 검색해본 전 직장의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욕심많은 임원들의 주가부양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꾸준히 내려가고 있었다.


독일 린다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2015


퇴사 후, 전 직장에서 들려오는 좋지않은 몇가지 소식들은 나의 퇴사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일들로 비추어지곤 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잘 해결되어야 할텐데'라는 안타까움보다는 '나의 퇴사는 적절했다'라고 약아빠진 위안을 스스로에게 하는 일말이다.


전 직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대부분 안 좋은 소식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고 내가 나와서 잘 돌아가는 회사보다는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어야만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를 보았다. 부끄럽고 창피함에 닭살이 돋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어떤 불행이 나를 지탱해주는 힘의 일부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말이다.


정신차리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