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들은 거짓말쟁이다. 아니 거짓말쟁이일 수 밖에 없다.
어느새 난 거짓말쟁이가 되어 있었다.
난 4개월전 퇴직을 했다. 여행을 떠나기전 제일 먼저 한것은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의 고지서가 부모님의 집으로 날라가지 않도록 확인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중국에서 살 적 주소를 부모님댁으로 옮겼던 적이 있었기에 혹시나 모를 확인작업이었다.
평일날 부모님댁에 홀로 찾아갔다.
"무슨 일 있어?"
엄마가 제일먼저 꺼낸 말이었다. 평일날 엄마집에 온 아들에게 한 이 말엔 몇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회사 그만둔거야?' '회사 짤린거야?'
"엄마, 당연히 휴가 내고 왔지"
"왠일로 휴가를 3일이나 내고 왔어?"
"이번에 출장 두달가까이 다녀왔잖아. 3일 휴가 쓸 자격있어."
(장기출장을 많이 다니긴 했지만, 사실 이번 두달 출장은 유럽여행이었다.)
아예 소설을 쓴다. 엄마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집에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라도 오면 아내,아들 비상이 걸리고 난 방으로 쏙 들어가거나 그냥 밖으로 나가서 받는다.
부모의 마음이다.
장모님댁에도 들렀다.
"왠일이야?"
거짓말로 둘러대려는대 아내가 선수친다.
"내가 회사 때려치라고 해서 때려쳤어"
나와 별다른 말없이 퇴직했다고 털어놓아 적잖이 당황했다. 아내는 말했다.
"알잖아, 오빠 장모님, 오빠 무한신뢰하잖아. 괜찮아. 크게 걱정안하실거야."
그래, 장모님은 좀 쿨하셨다.
얼마전 엄청난 한파로 걱정된 아내가 장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렸는데 뜬금없이 한마디 하신다.
"어. 돈 떨어졌어? 돈 필요해?" 돈 줄까?"
"엄마! 뭐야, 돈 필요해서 전화한줄 생각하는겨? 우리 아직 퇴직금 많이 남았어"
(사실 퇴직금은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ㅋㅋ)
장모님이 쿨한건 우리 생각이다.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
퇴직자들은 거짓말쟁이다.
아니 거짓말쟁이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