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싶은 짠한 일도 많다.
'퇴사' 키워드로 검색하면
십만건이 넘는 글이 나온다.
퇴사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십만건이 넘는 포스팅이 검색된다.
평생직업은 있어도 평생직장은 없다라는 말은 이제 진리에 가깝다. 올해와 내년에는 최악의 경제 빙하기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이어지고 이 직장 이 자리가 금방이라도 사라질듯 위태하다. 업무를 끝냈슴에도 퇴근시간에 자연스레 집이아닌 회사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적당히 앉아있다가 아이들이 아빠얼굴 못본채 잠이 들어서야 조용히 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집으로 들어가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이 쩐내나는 자본경제사회에서 퇴사라는 키워드가 십만건이 넘는 건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암흑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대한민국의 기업환경에서 직장인들에게 구원의 동아줄을 내미는 자기계발서들도 유래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밤잠 설치는 직장인들에게 솔깃한 제목으로 '~해라', '~하는 방법' 등등 단도직입적으로 살아남기위한 하우투 서적들이 서점 신간코너를 바쁘게 한다. 나 또한 이러한 서적들속에서 허우적대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일을 하며 어떤 사람이 알려준 '~하는 방법'을 따라하기란 쉽지않았다. 이 놈의 일은 두뇌속 부족한 신경을 총동원해야만 처리할수 있었기에 '~하는 방법'이 끼어들어갈 자리따위는 없었다. 결국 직장을 다니며 나의 시선으로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할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무슨 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몰랐고 설사 세웠다해도 실행할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뭐든 떠오를것 같았다. 그렇게 난 아무 계획없이 퇴사를 감행했다.
요즘 퇴사록을 쓰면서 이웃추가도 상당히 늘었고 쪽지,안부,메일,비밀댓글로 말을 걸어주시는 분이 많이 늘었다. 내가 했던 고민들을 똑같이 하고 계셨고 고민 후 결정을 앞에두고 '급여로 인한 경제적안정'과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두려움'앞에서 굴복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응원한다, 멋지다 라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응원의 한단어에 얼마나 큰 에너지를 얻는지 그들은 알까.
퇴사 후에 즐거운 일도 많지만 어려운 일도 많다. 또한 글로써 이런 부분들을 옮길때 즐거운일은 쉽지만 어려운일, 난처한 일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자칫 퇴사록이 좋은 부분들만 부각되는게 아닐까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좋은 부분은 더 좋아보이게 하고 비참한 부분은 덜 비참하게 나아가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여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은 어떻게든 좀 더 나아보이고 싶은 본능이 있으므로 현실과는 매우 동 떨어진 과장된 이미지가 그려질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통장잔고가 한달전에 바닥을 쳤고 현재 대출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아끼는 자동차를 팔았다는 짠한 일들을 쓰기에는 아직 용기가 나지는 않는다.
퇴사 후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는,
감추고 싶은 짠한 일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