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시작할때보다 끝날때 주는 선물이 더 좋아.
시작할때보다
끝날때 주는 선물이 더 좋아.
아내는 매우 바빴다. 얼마 후 있을 아들의 유치원 발표회에서 아들에게 줄 꽃과 선생님에게 드릴 꽃 선물을 직접 만드느라 분주했다. 쭈그리고 앉아 그리고 자르고 붙히고를 반복하며 중얼거렸다.
"난 유치원 들어갈때 혹은 새롭게 반이 시작될때 선물을 주는 건 별로인거 같아. 왠지 선물을 들이밀며 잘 봐달라는 게 꺼림칙해. 무언가 선물의 의미가 퇴색되는 거 같아. 그래서 시작할때보단 끝날때 주는 선물이 난 더 좋아. 선물을 만드는 동안에도 기쁘게 만들수 있고. 뭔가 부탁하는 것보단 정말 고맙다는 거 외엔 없는거지. 깔끔해"
"듣고 보니 그렇네. 난 한번도 그런생각 해본 적이 없었어."
"사실 스승의 날도 연말쯤이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한적도 있어. 유치원 선물과 같은 의미이지."
아내는 20여년간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만들어 손편지를 써왔다.
아내의 선물은 언제나 그랬다. 특별하게 비싸거나 고급스런 그런 선물은 지금껏 본적이 없다. 아내의 선물을 받는 이들은 언제나 가슴 깊이 행복해졌고 그 고마움을 전하는 말투엔 진심이 담겨있었다. 20여년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직접만들어 지인들에게 보냈던 크리스마스카드와 손편지가 그랬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불가사의지만 아내는 여전히 카드를 정성스레 만들고 손으로 직접 글을 써 전국각지 그리고 해외에 살고있는 지인들에게 빠짐없이 보내고 있다. 아내 옆에서 내가 하는 것이라곤 수십통의 카드를 들고 우체국에 가서 일일히 우표를 붙히고 보내는 일밖엔 없었다.
결이 친구들 것도 떠 줄까?^^
아들의 병아리 벙거지는 어떠했나. 유난히 추웠던 이번겨울, 찬바람에 약한 아들을 위해 아내는 고운 털실을 사다가 밤낮으로 뜨개질하더니 귀여운 노란색 병아리 벙거지를 만들어냈다. 아들이 무척이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더니 한마디 했다.
"결이 친구들도 하나씩 떠 줄까?"
며칠을 밤낮으로 뜨개질하더니 기어코 5개를 더 만들어낸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동물벙거지 선물을 받은 아이들의 표정과 엄마들의 고마움을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 아내의 선물은 언제나 그랬다.
아내의 선물은 언제나 그랬다.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없었다.
고마운 마음 혹은 위하는 마음 그 뿐이었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