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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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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Nov 22. 2018

내 몸이 주는 처방전

가끔씩 느끼는 우울감은 내 몸이 반응하는 일종의 자정작용인 것 같다


한달에 한번 마법에 빠지는 여성분들처럼 종종 우울감에 빠질때가 있다. 한달에 한번인지 두달에 한번인지 주기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지 않게 디프레스가 된다. 마흔이라는 나이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퇴사를 하고 쉬면서 글을 쓸적에 마흔이라는 주제에 대해 숙고하던 때가 있었다. 이 와중에 아내가 마흔, 마흔, 거리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아내는 마흔이라는 숫자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고 응원의 의미로 말했을 것이다.그럼에도 당시에 그 말은 꽤나 큰 상처였다. 내가 아내의 전부를 이해하지 못하듯 아내도 나를 전부 이해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는 시점에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얘기하는 것이지만 이유없이 펑펑 목놓아 울고싶을 때도 있다. 마흔 이전의 나에겐 상상 할 수도 없는 행동이다. 가끔씩 내 마음을 두드리는 이 우울감은 마흔의 다리를 건너고 나서부터 들기 시작했다. 어찌 마흔을 거들먹거리지 않을 수가 있는가. 

난 이 마흔이라는 나이를 쉬이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가 있다. 이 우울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게으른 맘으로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 고민하고, 게으른 몸으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아들과 놀아주고, 게으른 사랑으로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유독 애를 쓰는 시기들이 있는것 같다. 게으름으로 일관했던 모든 노력들이 잘 될리가 없다. 무기력함이 몰려온다. 그러다가도 좀 게을리하면 안되는건가 라며 반발하기도 한다. 나아가지 못한채 머릿속에서 많은 다툼들이 일어난다. 그러다가 종종 울고싶어지기도 하고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것 같다. 
허나 이러한 감정이 나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마흔을 기점으로 다가왔던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았던 상황들에 맞닥들이는 나에게 내 몸이 반응하는 일종의 자정작용이라는 생각이든다. 정신차려가 아닌. 힘드니까 이겨내라가 아닌,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껴보는것도 좋다 라는 식의 내 몸이 주는 처방전 같은거 말이다. 



Q. 왜 퇴사록인가요? 

A. 퇴사 후,  저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제 삶은 2015년 10월 1일의 퇴사 전,후로 나뉠수 있을만큼 일상을 대하는 시선 또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다시 입사를 했지만, 퇴사록이라는 이름으로 퇴사 이후의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마음만은 여전히 퇴사 중이며 당시의  마음가짐으로 지금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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