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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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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May 31. 2017

3년 전 오늘, 그날의 밀레타

밀레타는 3년 후 오늘, 가족과 함게 매일 매일을 함께 살고 있을까

  퇴사를 실행에 옮기게 된 결정적인 출장이 2015년의 인도 출장이었다면, ‘잘 사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된 결정적인 출장은 2014년 세르비아 출장이었던 것 같다. 

사진은 정확히 3년 전 오늘, 무려 40일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머물며 하루 평균 4시간의 수면시간을 기록하며 미친놈처럼 일만 했던 그 3년 전 오늘의 사진이다. 밀레타라는 이름의 이 친구이자 형님은 내 일을 참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이 업계는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일을 잘 도와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허나 축구를 엄청 잘 할 것 같은 외모를 가진 이 친구는 나를 참 많이 도와주었다. 딸과 아내는 다른 지역에 사는 주말 아빠이기도 하며 매일매일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엄청난 딸바보이자 아내는 위대하다며 추켜세우는 애처가이기도 했다. 
   
 3년 전 오늘, 오후 5시 30분이면 칼같이 퇴근하는 밀레다를 붙잡고 말을 걸었다.

  “밀레타, 오늘 맥주 한잔할까?”
  "웬일이야, 오늘은 호텔 가서 일 안 해? 매일 본사에서 전화 오잖아”
  “괜찮아, 오늘 너무 힘들어, 술은 잘 못 먹지만 맥주 한잔 시원하게 들이키고 싶어”

  매일매일 미친놈처럼 일만 하던 내가 맥주 한잔하자니 신기했나 보다. 
회사 근처 이쁜 외관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서 맥주 한 잔씩 주문했다.
   
  “이게 바바리아 맥주야, 맛이 끝내주지”
  “밀레타, 주말부부 생활 힘들지 않아?”
  “쉽지 않아, 하지만, 아내와 딸이 사는 곳에서는 직장을 구할 수가 없어, 집을 갖기를 원하는 데 아내와 내가 둘이 벌지 않으면 그럴 수가 없어. 조금만 더 일하면 될 거 같아. 조금만 더..”
   
  집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한국이나 세르비아나 비슷했다. 

물론 나 또한 다르지 않다. 
무엇인가를 소유하기 위해 가족의 구성원이 따로 지낸다. 

그 끝이 언제일지도 모른 채 기약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은 그렇게 채워지지 못한 채 흘러간다. 

이렇게만 해야 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모두가 순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현실이 이렇더라도 이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니.
   
그날로부터 3년 후 오늘, 밀레타는 가족과 함께 매일 매일을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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