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기록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본능과도 같았다
퇴사 후, 생전 처음 경험하게 되었던 감정의 폭풍 속에서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본능과도 같았다.
지나온 시간 동안의 관성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앞으로 보내야 할 계획되지 않은 시간들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그건 마치 마천루 꼭대기에서 그대로 수직 낙하하여 바닥에 부딪혀 온몸이 부서져 버리는 듯한 느낌과 견줄 만큼 강력했다.
나는 어떠한 의료기술로도 치유할 수 없는 이 고통을 쓰고 기록함으로써 나아질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러한 고통을 글을 쓴다고 해서 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글을 공유하고 단 한 사람이라도 공감을 해주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다시 글을 읽었을 때 그 감정을 복기하며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을 쓰다듬어줄 수 있다. 타인에 의해, 스스로에 의해 불안한 마음은 조금씩 치유되어 간다. 비단 퇴사 후, 뿐이겠는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인간 군상들에게서 받는 상처 또한 쓰고 기록하는 일만으로도 치유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의 글쓰기는 문맥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맞춤법은 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기록할 것이다. 살아가기는 퍽퍽하지만 살기는 좋아진 시대라서 글을 쓰기 위한 플랫폼이 꽤 많다. 그래서인지 글을 잘 쓰는 분들이 세상에 참 많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쓴다고 해서 도덕적이고 정의롭진 않아 보인다. 이러한 사람이 쓴 그럴듯한 글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많은 이들을 다치게 할 수 도 있다. 글을 써야 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 그래야 그러한 글들을 드잡이 없이 글로써 맞서고 비판할 수 있다.
누군가 퇴사를 했다면 혹은 어떠한 이유로 감정의 폭풍에 휩싸였다면, 쓰고 기록하여 그 시간들을 비로소 생각해보는 시간들을 가져보라 감히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