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퇴사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노 Jun 07. 2017

쓰고 기록하자, 그래야 비로소 생각하게 된다

퇴사 후, 기록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본능과도 같았다

퇴사 후, 생전 처음 경험하게 되었던 감정의 폭풍 속에서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본능과도 같았다. 

지나온 시간 동안의 관성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앞으로 보내야 할 계획되지 않은 시간들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그건 마치 마천루 꼭대기에서 그대로 수직 낙하하여 바닥에 부딪혀 온몸이 부서져 버리는 듯한 느낌과 견줄 만큼 강력했다.


나는 어떠한 의료기술로도 치유할 수 없는 이 고통을 쓰고 기록함으로써 나아질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러한 고통을 글을 쓴다고 해서 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글을 공유하고 단 한 사람이라도 공감을 해주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다시 글을 읽었을 때 그 감정을 복기하며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을 쓰다듬어줄 수 있다. 타인에 의해, 스스로에 의해 불안한 마음은 조금씩 치유되어 간다. 비단 퇴사 후, 뿐이겠는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인간 군상들에게서 받는 상처 또한 쓰고 기록하는 일만으로도 치유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의 글쓰기는 문맥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맞춤법은 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기록할 것이다. 살아가기는 퍽퍽하지만 살기는 좋아진 시대라서 글을 쓰기 위한 플랫폼이 꽤 많다. 그래서인지 글을 잘 쓰는 분들이 세상에 참 많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쓴다고 해서 도덕적이고 정의롭진 않아 보인다. 이러한 사람이 쓴 그럴듯한 글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많은 이들을 다치게 할 수 도 있다. 글을 써야 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 그래야 그러한 글들을 드잡이 없이 글로써 맞서고 비판할 수 있다.


누군가 퇴사를 했다면 혹은 어떠한 이유로 감정의 폭풍에 휩싸였다면, 쓰고 기록하여 그 시간들을 비로소 생각해보는 시간들을 가져보라 감히 말해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3년 전 오늘, 그날의 밀레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