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생은 너무나 솔직해서 아름답다
퇴근하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문이 열리고 타려는 순간, 안을 들여다보니 대표이사님이 자리하고 있다.
움~찔!~
예전부터 운전을 하다가 경찰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신호도 잘 지켰고 과속도 하질 않았고 특별히 잘 못 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여전히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이 고질병은 내 안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는 중이다.
운전을 하다 경찰을 본 것처럼, 대표이사를 본 순간에도 움찔한다.
왠지 내가 의무적으로 반드시 더 작아져야 할 것만 같은 옹색함이 스친다.
대표이사가 그러기를 원한 것도 바란 것도 아닐터인데
반사적으로 나오는 이 움찔함은
갑을 관계의 직장인들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인 걸까.
아니면 턱까지 차오른 대출을 갚아야 할 가장이 갖추어야 할 겸손의 껍질인 걸까.
옆 엘리베이터 문이 3초 뒤 열린다.
뇌가 '몸을 틀어 옆으로 올라타'라는 결정을 하고 몸에게 명령을 하려는 순간,
대표이사님이 상냥하게 말을 건네 온다.
"타세요~"
간단한 목례 후, 엘리베이터 한 구석으로 수줍게 올라탄다.
"자네 방송 잘 봤네~"
"!! 아~ 네..-.-;"
"양평까지 다닐 만 한가?"
"네, 제2영동 타고 질끈 밟으면 50분이면 됩니다"
집으로 가는 길,
궁금했다.
'퇴사하겠습니다'를 보고 건넨 말일까, '이 집 사람들'을 보고 건넨 말일까.
집에 도착해서 결군 재우고 두 방송을 다시 돌려봤다.
'다행히도 회사를 씹는 말은 하지 않았군'
원인모를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었다.
곧바로 씁쓸함이 등을 두드렸고
글에서, TV에서의 다짐과 깨달음들이 한 발자국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아~ 우리네 인생은 너무나 솔직해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