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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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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Sep 08. 2017

사소한 이야기들이 헤엄치는 책상 위의 바다

내가 일하는 자리, 당신이 일하는 자리


포스트잇 세상.
잊지 말고 해야 할 일.
인증을 넣을 때 점검해야 할 일.


"한 번의 잘못된 클릭으로 수천 유로가 날아간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아니하지 않기 위해 
노트에 끊임없이 그려보는 플로우 차트.

꿈쩍도 않고 키보드만 두들기다 보니 어깨는 천근만근.

오른쪽 손목의 터널 증후군이 다시 활개를 찬다.


어깨 쭉쭉 펴라고 엄마가 만들어준 어깨 쭉쭉이 줄.
어느 날 , 회사 동료가 물어본다.


"이거 꽤 시원하던데요, 어디서 산거예요? 저한테 파실래요? "
"못 팔아요. 우리 엄마가 만들어줬거든요" 



노트북 쿨링 팬 박스로 받쳐놓은 모니터.
내 어깨가 짓눌린 듯, 버티기 힘든 무게에 조금씩 내려앉는 박스. 
높이에 맞춰 조금씩 조금씩 내려앉는 나의 거북목.

집중해야 할 때 사용하는 이어폰.
이어폰을 꽂고 일할 때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는 건 며느리도 모르는 사실.
누군가 불렀을 때 쌩까고 못 들은 척할 수 있다는 건 비밀. 

1층 카페에서 포인트로 사 온 커피 한 잔.
언제 사다 놓은 것인지도 모르는 꽤나 오래된 컵이라는 것도 비밀.

빈 컵에 적지 않게 입을 가져갔다는 것도 비밀.

복잡한 직장 생활 속.

나의 책상 위에 시선을 옮긴 채 멈춘 1분.

사소한 이야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책상 위의 바다.


내가 일하는 자리,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올려져 있었구나.


당신의 바다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헤엄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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