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절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결군은 읍내에서 3,000원 주고 구입한 잠자리채를 집어들었고
나도 3,000원에 새로 구입한 밀짚모자를 눌러썼다.
아내도 나들이모자를 눌러쓰고 물통 2개를 챙겼다.
짱똘이는 빨리나가자며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었다.
너무나도 파란 가을하늘이 높게 드리운 날, 우리 가족은 마을 산책을 나섰다.
코스모스는 바람에 하늘거리고 결군은 그 위에 앉은 쌍잠자리를 잡겠다며 잠자리채를 움직였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겠다고 자세를 낮추고 하늘을 보니, 이름 모를 철새들이 브이자를 그리며 하늘을 가른다.
논을 가로질러 가다보니 자그마한 성당이 나온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시는 꼬부랑 할머니, 멋진 중절모를 쓰고 자전거 패달을 힘차게 밟으시는 할아버지.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에서 내가 살고 있다니...
갓 일년을 넘어선 귀촌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이 지금 이 가을 뿐이던가.
모든 계절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겨울.
결이고운가는 작년 겨울에 집을 완공하고 입주했다.
양평의 혹독한 겨울 어느 날 아침, 출근하려 현관문을 열었다.
온 세상의 빛이 나의 눈을 향하고 있었다.
산 위에도 지붕위에도 마당위에도 반짝거리는 눈이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바람이라도 불면 자리를 잡지못한 눈가루가 보석가루처럼 반짝거리며 휘날렸다.
아름다운 겨울이다.
봄.
꽃이름이라고는 장미꽃밖에 몰랐던 나였다.
따스한 봄이 스며들고 마을을 무언가가 뒤덮고 있었지만 야근이 잦았던 그 때, 난 알지 못했다.
어느 휴일이었다.
결군 그리고 아내, 짱똘이와 산책을 했다.
마을 입구에 자그마한 다홍색의 꽃들이 피어있었고 나의 시선은 꽃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꽃잔디라 불리우던 그 아기자한 꽃들은 온 마을을 물들이고 있었다.
마을 사진가는 마을 아이들의 꽃잔디 가득한 하교길을 담아주었고 그 사진은 영원히 잊지못할 순간을 선물해주었다.
아름다운 봄이다.
여름.
양평의 녹음은 진하다.
공장 굴뚝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라서 일까.
푸르른 생명의 광합성은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양평을 더욱 푸르게 물들인다.
아름다운 여름이다.
가을.
이렇게나 아름다운 가을이 올해도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아름다운 가을이다.
그리고 그토록 아름다웠던 양평의 겨울이 빠르게 달려 오고 있다.
이번 겨울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윈터 이즈 커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