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피하지 않고 지혜롭게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살아가야겠다
영원할 것만 같았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쭈우욱 지금처럼 일 것 같았다. 경제적 생활의 주체로서 흔들림없이 지금의 열정, 성취감과 만족감을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나의 20대가 그러했고, 30대도 그러했다. 아니 30대는 중반까지인가?
40대에 들어서자 깨달았다. 지금만큼의 경제적 인프라를 제공받을 수 있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한순간에 끝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절대 두렵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이런 상황이 난 두렵다는 것을, 예전의 짜릿함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아니 나는 받아들였다. 밀어내봐야 득 될것이 없다는 것 또한 깨달았기에 나는 상황을 받아들였다.
아, 그런데, 40대에 들어서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들이닥쳤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원형탈모가 생겼다.
약 5개월전부터 정수리쪽에 작은 원형구멍이 생기더니 여기저기 퍼지며 군집을 이루기 시작했다. 급기야 앞 이마라인, 정수리, 옆통수, 뒷통수, 아파트 대단지 규모로 발전해버렸다.
"아야~!"
미용실에 컷트를 하러 가면 언제나 들리는 외마디 비명소리였다. 머리카락이 철수세미처럼 굵은데다 숯도 엄청나서 가위질을 하던 미용사분의 손가락을 뚫고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팔이 아팠던지 바리깡을 들고 밀어보려 시도하면 바리깡속으로 머리카락이 씹혀들어갈 정도였다. 옆 의자에서 컷트를 하던 어떤 남성의 부러운 시선을 즐기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아.......이랬던 내가...원형탈모라니....
내 몸이 변하고 있다. 내 능력이 변하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내몸이 변하는 지금의 이 상황은 사실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당황스럽다. 오십견이 온건지 팔을 1분이상 들고 있기가 힘들고 삽질을 30분만 하면 손목이 그 다음날 까지 저리다. 회사에서 팀이 7층에서 4층으로 옮기며 항상 타고다니던 엘리베이터를 멀리하고 건강을 챙겨보겠다며 4층 계단을 오르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하아, 이거 레알 실제상황인가... 내 몸이 왜 이러지? 보통 일을 하다 잡생각이 나면 일을 멈추고 그 잡생각을 즐기곤 했는데, 지금은 잡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고 계속 맴돌며 두통을 일으킨다. 머릿속이 내 맘대로 통제가 되질 않는다.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말하고 싶지만 당황스러움에 늙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와아~~~~ 몸이 변하고 있다.
아직 인간 신체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적응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겠지. 애써 피하지 않고 지혜롭게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좋을 듯 한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여러모로 나에게 큰 전환기가 느리게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보인다.
엇 시간이 벌써....
병원가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야 할 시간이다.
원형탈모의 이상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나 뭐라나...